내 속의 나 / 김성로
[김성로. 나는 무엇이며, 어디로 가는가. 2009]
내 속의 나 / 솔뫼 김성로
내 속에 또 하나의 내가 항상 나를 지켜보고 있다. 그놈은 누굴까? 밝은 듯, 어두운 듯 정체가 모호한데, 마음을 모아 자세히 보려고 하면 슬며시 사라져 버린다. 바른 놈도 아니고, 나쁜 놈도 아니다. 항상 빛나는 것도 아니고, 항상 어두운 것도 아니다. 집착하여 비틀려질 때는 존재가 흐려지고, 환희에 젖을 때도 내 속의 나는 존재가 약해진다. 슬프거나 외로움을 느낄 때, 아름다움이나 감동을 느낄 때, 잠자리에 눕거나, 사색에 잠길 때면, 마음속에서 일어나서 우두커니 지켜보는 놈. 내 속의 나는 단지 나 하나가 아니었다.
마음
1
마음은 물이랍니다
하늘도, 흰 구름도, 앞산도 비추어
잔잔한듯 싶어도
끊임없이 흐르고 있답니다
물에 비친 그림자는
항상 그대로이지만
그 마음은 이미 저 멀리 흘러가 버렸답니다
나는 어디에도 없고
어디에도 있답니다
2
짐짓
욕을 먹으면 성을 내고
칭찬 받으면 즐거워한다
그러나
속마음은
항상 그러하다
여름엔 덥고
겨울엔 추운 것
바람이 불고 비가 오고
눈이 내리다가 맑기도 한다
내가 스스로 옳으면
남들의 비난이야 하든지 말든지
남이 칭찬을 하더라도
스스로 바르지 않으면
어이 얼굴 들고 다닐 수 있으랴
가만히 홀로 있을 때
마음이 고요하지 않으면
세상의 모든 신비로움이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는다
3
나는 어디에도 없고
어디에도 있답니다.
나를 찾으려니
한시도 멈추지 않고 흐르고
나를 버리려니
눈으로 보이는 것
귀로 들리는 것 모두
내 속의 나로 인함이니
'너는 누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