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섭의 아들 이태성의 거짓말
이태성 "설사 한국에서 위작판정을 내려도 그것은 진품"
글ㅣ홍경한ㅣ 월간 퍼블릭아트 편집장.미술평론가
유족이 갖고 있던 작품을 포함해 압수한 2.800여점에 달하는 이중섭, 박수근의 작품들이 모두 위작이라는 검찰의 발표가 있었다. 우리 미술계에서 위작문제란 늘 있어 왔던 것인지라 그러려니 할 수도 있지만 그동안 꾸준히 진품임을 주장해온 이태성씨와 이중섭의 아내 이남덕씨를 인터뷰 한 적이 있던 필자로서는 실로 큰 실망이 아닐 수 없었다. 사건이 불거진 이후 그의 발언과 글들은 너무나 진지했고, 너무나 사실 같았고 또한 너무나 자신의 아버지인 이중섭을 사랑하는 마음처럼 보였기 때문이었다.
지난 2005년 8월, 처음으로 이중섭 위작사건이 불거지고 얼마 후 일본 다큐멘터리 작가인 하루타 노리히로의 소개에 의해 필자는 일본에 있는 이중섭의 아들 이태성씨와 이중섭의 아내 야마모토 마사코씨와 인터뷰를 한 적이 있었다. 이중섭 작고 50주기 기념사업 추진 차 들고온 미공개작 4점 중 일부가 서울옥션을 통해 낙찰되자 한국미술품감정협회에서 곧바로 위작임을 주장, 진위 논란이 뜨거운 화두로 떠올랐던 시점이었다.
당시 이중섭의 아들 이태성씨는 "아버지의 분신과 같은 작품을 (50년 동안)비밀리에 간직해 왔었고 (감정협회에서 위작이라 주장하는) 이 그림이 설사 가짜로 포장될지라도 내가 이중섭의 아들임이 바뀌지 않는 것처럼 유품 또한 가짜가 될 수 없다"고 말한 바 있다.
그리곤 이런 말도 했다. "저희가 아직 공개하지 않은 무수한 편지와 그림들을 통해서도 아버지 이중섭이 가족을 얼마나 그리워 했는지, 얼마나 어머니(마사코여사. 한국명 이남덕)를 사랑했는지 알 수 있다"며 "그런 아버지에 대한 사랑과 끝까지 같이 하지 못했던 깊은 아쉬움을 안고 있는 유족이 아버지의 명예를 훼손시킬 수 있는지, 그것에 대한 여부는 여러분들의 판단에 맡기고 싶다"며 위작주장을 강하게 부인하기도 했다. 한국에서의 위작 주장에 대해서는 "유족 나타나면 읽는 것 많은 사람 때문"이라고 밝혔다.
특히 50주기가 되는 2006년에 한국으로 오겠느냐는 질문에 그는 "여러가지 기념사업을 해보고 싶었고 또 그런 모습들을 어머니께 보여드리고 싶었지만 지금(2005년 8월 당시) 상황으로는 그렇게 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우리 유족들이 제대로 대접받지 못하고 사기집단으로 매도당하는 일이 생긴다면 절대 갈 이유가 없다"고 잘라 말하기도 했다. 이밖에도 그는 이중섭작품을 다수 보유하고 있는 리움미술관에 대한 불만과 한국감정협회의 공신력에 대한 의문을 드러냈으며 사촌 이모씨에 대한 불편한 감정을 표출하기도 했다. 특히 진품 주장에 의문을 품은 SBS의 취재에 대해선 자신을 협박했다며 격한 심정을 토로 하기도 했었다.
위와 같은 말을 한 것이 불과 2년 전의 일이다. 하지만 지금 상황은 어떠한가. 검찰조사가 모두 사실이라면 이태성씨는 자신 스스로 그토록 사랑한다던 아버지를 돈 몇푼에 팔아 먹은 불효자가 되고 만다. 또한 사랑하는 아버지와 함께 하지 못한 것에 대한 후회와 생존해 있는 자신의 어머니 이남덕에 대한 이중섭의 사랑을 지키고 싶다는 발언마저 부정하는 꼴이 되고 만다. 즉 "자식이 어떻게 아버지의 명예를 더럽힐 수 있느냐"고 되묻던 것이 모두 위선이 된다는 것이다.
현재 상황에서 볼 때 이태성씨는 거짓말을 했다. 2005년과 지금이 다른 점은 당시의 당당함 대신 국적을 핑계로 피하기에 급급한 질 낮은 인간이 되었다는 것에 있다. 아무리 돈이 좋다지만 교묘한 스토리를 구상하여 전국민을 상대로 사기를 치려 한 것도 모자라 자신의 아버지의 명예를 나락으로 떨어뜨릴 수 있는 것인지 도무지 믿기지가 않는다.
한편 아이러니한 것은 당시 이중섭의 아내인 이남덕씨 역시 당시 "위작논란에 큰 충격을 받았다."고 발언했다는 점이다. 특히 그녀는 "남편의 그림에 관한 일로 이용당하는 등 괴로운 일이 많았지만 한국에서 제 남편 작품이 진위논란에 휩싸이게 된 것은 그 어떤 상처보다도 깊다"고도 말해 감정협회 측의 위작주장을 우회적으로 수용하지 않았다. 그녀는 정말 아들 이태성의 사기행각을 몰랐던 것일까? 아니면 검찰 발표와는 달리 진품이란 말인가? 이중섭의 아내마저도 공모했다는 것인가?
이태성씨가 일본에 있는 이중섭의 묘를 찾아가 묘비를 붙잡고 애써 슬픈 표정을 짓던 모습이 아직도 생생하다. 세상 참 무섭다.
'교육 > 미술교육'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크랩] 이중섭 다시 그리기 (0) | 2007.12.31 |
---|---|
[스크랩] 행복한 눈물의 비밀 (0) | 2007.12.31 |
[스크랩] 나라 요시토모 `서랍 속 기억들` (0) | 2007.12.31 |
[스크랩] 명작과 졸작의 차이 (0) | 2007.12.31 |
[스크랩] 인도미술, 중국 냉소주의를 깔보다 (0) | 2007.12.3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