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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헛꽃(5) 헛꽃(5) 박 정 은 마을을 뒤흔드는 날카로운 여자의 비명이 들려 왔다. 울부짖음 속에 넋두리와 비명이 한데 뒤섞여 작은 마을의 아침을 깼다. 들짐승이 포효하듯 지축을 울리는 듯한 남자의 울음소리도 뒤이어 들려 왔다. 무슨 일일까? 명옥은 물론 동네 사람들 모두가 뛰쳐나왔다. 소리의 진원지는 바.. 더보기
헛꽃(4) 헛꽃(4) 박 정 은 명옥은 다운증후군의 아이를 키울 자신이 없었다. 자신을 향해 손가락질하거나 뒤에서 수군거리는 소리가 들리는 듯 하였다. 차라리 죽어버리길 바랬다. 모든 이의 우스개 거리가 될 아이. 그 애가 받아야 할 세상의 홀대와 자신이 그런 아이 어미로서 겪게될 비극이 두려웠다. 남편도 .. 더보기
헛꽃(3) 헛꽃(3) 박 정 은 올 겨울은 유난히 추웠다. 여름과 가을에 걸쳐 보여준 아름다운 풍경에 흠뻑 취했다가, 된서리 내리 듯 오른 기름 값 때문에 겨울 내내 춥고 불편하게 지내다 보니 그 동안 낭만적인 시골 꿈에서 깬 듯 했다. 난방을 많이 하지 않아도 반바지 차림으로 실내를 활기차게 다닐 수 있는 아.. 더보기
헛꽃(2) 헛 꽃(2) 박 정 은 명옥이 컵이 담긴 쟁반을 들고 집안으로 들어섰다가 현관과 중문 사이의 공간에서 죽어있는 흰순이를 발견했다. 조금 전까지도 살아있던 흰순이가 어미와 동기들 곁에서 기어 나와 최대한 살아 있는 것들로부터 멀리 떨어져 조용히 삶을 마감한 것이다. 혹시나 해서 손가락으로 쿡쿡 .. 더보기
헛꽃(1) 헛 꽃(1) 박 정 은 1 흰순이가 죽어가고 있다. 세 놈 중 맨 꼴찌로 어미 뱃속에서 나와 제법 앙살도 부리며 살아남으려 애를 쓰더니, 시간이 흐를수록 억센 두 놈들 틈에서 전의를 상실한 채 기운을 잃어갔다. 어미 젖꼭지에 매달려 안간힘을 써 보지만 이내 힘센 두 놈에게 깔리거나 떠밀려 가냘프게 울.. 더보기
함정(5) 함정(5) 박 정 은 뻐꾸기가 울었다. 난이 엄마였다. 같은 반 학부형인 난이 엄마는 오늘 학부모 총회에 다녀왔다며 한참동안 망설이다가 어이 없는 얘기를 전해주었다. 아이들 담임과 학부형들이 회의를 하는데 그녀가 난데없이 그 자리에 없는 내 안부를 걱정하는 척 하더니 내 비밀 얘기라며 털어놨.. 더보기
함정(4) 함정(4) 박 정 은 새벽잠을 설친 탓에 비몽사몽으로 남편의 출근과 아이들의 등교를 제대로 보지도 못하고 그들이 따나자마자 잠옷인 채로 깊은 잠에 빠져버렸다. 꿈속인 것처럼 다시 뻐꾸기가 울었이 떨렸다. 죄를 지은 적은 없다고 생각되지만 혹시라도 우리가 모르는 새 어떤 일에 얽혀 들어 있을 지.. 더보기
함정(3) 함정(3) 박정은 새벽잠을 설친 탓에 비몽사몽으로 남편의 출근과 아이들의 등교를 제대로 지켜보지 못하고 배웅하는둥 마는둥 다시 잠자리에 돌아와 깊은 잠에 빠져 있었다. 꿈속인 것처럼 다시 뻐꾸기가 울었다. 착각이었나 하며 다시 돌아누우려는데 아직도 잠속에 반쯤 잠겨 있던 의식을 완전히 깨..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