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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어유문학제

황포돛배 사전답사

  • [위크엔드] 추억을 둘러보고 오는 배
  • 파주 황포돛배
    60만년전 현무암 석벽 한국전쟁때 피난처…
    강물따라 시간의 여행
  • 파주=김연주 기자 carol@chosun.com>carol@chosun.com
    입력시간 : 2008.07.04 08:42

    • 해질 무렵 경기도 파주시 임진강에는 배 두 척이 뜬다. 황포돛배는 너무 바투 붙지 않고 또 너무 멀지도 않게, 앞서거니 뒤서거니 석양(夕陽)에 빠져든다. 일곱 번 굽이 친다는 임진강이지만, 배는 끝까지 가지 못하고 경기도 연천군 옛 고랑포구 여울에서 뱃머리를 돌린다. 눈앞에 보이는 남방 한계선을 넘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때 오래된 음반이 "지지직 지지직" 소리를 내며 귓가에 흐른다.

      "마지막 석양빛을 기폭에 걸고/흘러가는 저 배는 어데로 가느냐/해풍아 바람아 불지를 마라/파도소리 구슬프면 이 마음도 구슬퍼…."

      돌아가는 길이 아쉬운 선장이 가수 이미자의 '황포돛배'를 틀었다. 이미자의 목소리가 강바람을 타고 흐르면, 흡사 타임머신을 탄 듯한 착각이 든다. 무더운 여름, 흥청망청 떠나는 속도 여행은 잠시 접어두고, 천천히 강물 밟고 지나는 황포돛배에 몸을 맡겨 보면 어떨까. 추억의 황포돛배 이야기는 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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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영상문학협회와 함께하는 7월26일(토)[문학의 밤]을 위하여 사전답사를 하였다.


      임진강 적벽을 바라보다

      황포돛배는 한국전쟁 전까지 경기도 파주시 두지나루에서 서울의 마포나루까지 오갔던 조선시대 명물(名物)이었다. 소금·새우젓·생선과 인삼·콩·쌀을 그득그득 실어 날랐다. 불그스름한 흙빛이 도는 돛은 멀리서도 금세 눈에 띄고 바람막이 효과도 좋았다. 옛사람들은 무명천에 황토물을 들여 돛을 달고, 못을 쓰지 않고 나무로 짜맞춰 뒤틀림 없이 튼튼한 황포돛배를 만들었다.
    • 파주시는 2004년부터 황포돛배를 임진강에 띄워 관람객들을 끌어당기고 있다. 고선박 제작 전문가 손낙기(78)옹이 복원 작업을 맡았다. 노 저을 사공이 없어 모터를 단 것만 빼곤 옛 모습 그대로다. 황포돛배는 땅 모양이 '뒤주'를 닮았다 해서 이름 붙여진 '두지 나루'에서부터 연천 고랑포 여울까지 왕복 6㎞를 40여분 동안 오간다. "에어컨도 없는 배 위에서 지루하지 않을까" 싶기도 하지만, 선장의 구수한 이야기를 듣다 보면 시간이 훌쩍 지난다.

      10여분쯤 가면 강 왼편으로 20여m 높이의 '자장리 적벽(赤壁)'이 나타난다. 윗부분은 책을 꽂은 듯 수직으로 층이 났고, 아랫부분은 시루떡처럼 수평으로 층층이 돌이 쌓였다. 60만년 전쯤 용암이 흘러 형성된 현무암 석벽(石壁)은 임진강에 있는 11개 적벽 중에서도 경관 좋기로 유명하다. 물론 베트남 하롱베이에 우뚝 솟은 바다동굴처럼 웅장한 절경(絶境)은 아니지만, 속내를 알고 보면 허투루 넘길 수 없는 풍경들이다. 한국전쟁 때 북한 인민군을 피해 숨어 있던 자장리 사람들의 '피난처'가 수풀에 가린 채 지금도 그대로 남아 있기 때문이다. 한 동굴에서는 밖에 나간 아이를 찾으러 나갔다가 들켜 7가구가 몰살당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돛배는 오전 11시부터 오후 6시까지, 매시간 정각 하루 7회 운행한다. 낮보다 석양 뱃놀이를 추천한다. 뱃삯은 어른 8000원, 어린이 6000원. 문의 (031)958-2557~8
    • ▲ 지난 1일 오후 경기도 파주시 자장리와 연천군 원당리를 양쪽에 끼고 흐르는 임진강 위에 황포돛배가 떴다. /김건수 객원기자 kimkahns@chosun.com


    • 경기도 파주시 두주나루에서 뜨는 황포돛배는 임진강을 40분간 운항한다. 임진강 양쪽에 솟은 붉은 석벽 '적벽'의 모습. /김연주 기자


    • 임진강 황포돛배가 연천 고랑포 여울을 돌아 다시 두주나루로 돌아오고 있다. 황포돛배는다른 유람선과 달리 바닥이 편평한 것이 특징이다. /김연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