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로 [겨울의 편지] 45*45cm, 한지위에 수묵. 2007
겨울의 편지 / 이철건
사무실 창문에 걸려있는 낮달을 바라보면서
빛 바랜 꿈을 얘기하다가 우리는
성에 낀 소리를 내며 웃었지.
그것은 문득
스산한 바람을 느끼게 하는
겨울에 대한 자각증세같은 것이라고
너는 말했어.
저 만치
참 편안해 보이는 회전의자.
그 안락이 엄습해 오는 겨울 앞에 얼마나 덧없는 것인지를
잘 알고있지.
한갓 허울 뿐인 것들에 매달려
그저 일상 속에 허망하게 사라져 가는 시간들
그 시간들의 잿더미에 묻혀있는
근원의 소중한 자원을 캐어
무언가 그분에게 바칠 것을 마련하지 않으면 안될 것 같애.
깊은 밤 빈 나무가지 회초리로 꾸짖어 오는 소리에
잠을 깨기도 하고,
밤새껏 찾아 읽고 끄적거리며
뜨거운 증기를 내뿜기도 하지.
그렇지만 아직
내 영혼에 눈은 내리지 않아.
다만 하늘은
퍽 무겁게 내려 와 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