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生)을 들에 던지고, 바다에 던지고
시 : 한사 정덕수 그림 : 솔뫼 김성로
베어 문 바람이 차가운 날 생을 바다에 던지고 휘적 돌아서 버릴 까 시린 노을이 가슴 후벼 파던 날 생을 들녘에 버려두고 울을까
파랑 몹시 거친 바다에 내, 생이 홀로 살아 싯푸르게 버티고 살아
가슴팍 휘저어 노을이 스친 저녁 내, 생은 바람으로 들녘을 떠돌아 이리저리 안타까이 휘 몰려
산 위로 달이 오르면 어덴가 밤 매미 울어 그도 누군가 그리운 이 있는가 벌레 먹은 시침은 자정으로 가고 머잖아 새벽 미명이 밝을 터인데 매미는 때 모르고 울어
뜻 모를 미소 하나 너의 가슴팍에 던져두고 나 이제 가려네 태고적 내, 온 곳 시간이 존재치 않고 이유가 존재치 않고 바람을 막아야 할 벽(壁)이 없어 수치도 아예 존재치 않는 내, 생의 이전으로
꿈은 노을 뒤에 숨어 노래 부른다 내 앞에 너는 성스런 여인이양 도도 하구나 그래, 천개의 다리로 땅을 딛고 선 너였구나 내가 너에게, 내 붉은 피로 잔을 채워 바치리라 내 살을 발라 너에 씹을 거리를 만들어 주리라 내, 뼈를 깎아 너의 부적을 만들어 목에 걸어 주리라 그리하여 왔던 흔적도 없이 빈 몸뚱이 되었을 때 그래도 무엇이든 흔적 조금치라도 있다면 승냥이 이빨처럼 표독스런 바람에 던져주고 바다 거품처럼 스러지리라 밤 달 아래 휘몰리는 갈 숲으로 누우리라.
글 출처 : http://blog.daum.net/osaekr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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