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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과 글/손소운(글모음)

대춘곡待春曲 -봄을 위한 *파르티타-

 

 

 

 

대춘곡待春曲 -봄을 위한 *파르티타-


                     시 : 손소운

                   그림 : 김성로



 1
물총새 보다 더 조잘대는
봄빛은
햇 이파리 위에서 피아노
때깔 고운 봄 꽃 아이들
궁금한 얼굴로
까꿍
고개 내어 미는
앳된 새봄은 누부시다
키득거리는 새 아이들 서넛
꽃 아이들 가까이서
치근거리는


무지개 빛으로 피어오르는
아련한 봄날.

 

 2
잔가지마다 여린 속살
조롱 조롱 움 트는 웃음
줄기 타고 오르는  두근거리는 숨 소리들
이런 봄의 징후들이 시작되면
키 작은 잡초들
풀섶으로
셋바람은 풀석 주저앉는다
그래서
풀잎들은 다시 나풀거리게 될 것이다
자꾸만 조바심치는 조춘早春 속으로.

 

 3
꽃의 신神 플로라의 시녀였던 아네모네
플로라의 남편 바람의 신神 제피로스와
사랑에 빠진 죄로 꽃이 되어
덧 없는 사랑의 꽃말을 전설로 남긴
아네모네
연 보라빛 가녀린 몸매
솔솔 바람에 하늘 하늘 거림이
어쩐지 애처러운 봄날에
새 색시 타고가는 비단 꽃구름
꽃가마에 실려 둥둥 떠간다.

 

 4
커튼을 활짝 열어 젖힌다
그러면 그렇지
햇살 저 너머 제법 봄 스럽게
성큼 성큼
다가오는 발자국 소리
지난 겨울 낙엽의 전설속에
게으르게 묻혀있던
생명들 불러모아
천진한 눈빛으로 사랑 뿌리는
어느사이
봄비는 부슬부슬 내리고
소리없이 구르는
작은 물방울 총총 맺히는
봄은 이렇게 복원되고 있었다.

 

 5
잎 살짝 건드렸는데도
짙은 레몬향 가득가득 품어내는
레몬 팜
맡아봐 ! 맡아봐요!
가만히 꽃 가까이 코 갖다 대면
달콤한 초콜릿 냄새
손 흔드는 헬리오츠 호프
보라색 작은 꽃 무더기
꽃 덤불 속에
짙은 라벤더 향내로 피어나는
우아한 봄날에
후쿠시아 춤 사위 예쁘기도 하지
귀여운 팬지
연분홍빛 제라늄
어린 왕자 뛰노는
바오팜나무 서 있는 작은 동산에
입안 가득 가득
고여오는 페퍼민트 향내
섹슈얼한 꽃 이야기
따뜻한 이 가슴에
조용히 누워 보네.

 

 6
이 꽃 따서
예쁜 딸 꽃 반지 만들어 끼워줄까
아내 머리에 꽂아줄까
그러면 외손주 상아랑 정혁이랑 시샘하겠지
뺨 살 부비며
쏟아지는 햇살 아래 더 아래
흐드러진 유채꽃 수선화 꽃 봉오리
꿈 꾸는 들판으로 달려
꽃 맞이 나선 발길 겹 동백 붉은 빛으로
못 잊을 서정
고개 살포시 숙이고 있는
사랑초 옥살리스의 순정은 또 어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