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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과 글/손소운(글모음)

봄을 위한 소묘 / 손소운

김성로 [어느 봄날] 70*70cm, 한지위에 아크릴. 2008

 

 

 

 봄을 위한 소묘 / 손소운 孫素雲

 

 


  봉인된 시간의 문을 열고 나와

   꽃잎이 몸을 부르르 떤다

   지지개 켜는 나뭇가지에 몽정하는 이 봄날

   싱겁게 추근거리는 살랑이는 봄 바람

   봉긋봉긋 고개 내미는 꽃 아이들 얼굴 간지른다

   여기요 여기요 봄 뜰악 돌 틈에서

   너도 나도 연두빛 옷을 벗는 야생화 순정은 기쁨이련가

   남쪽으로 훤히 트인 요한 스트라우스음악실  큰 유리창에

   한가로이 떠가는 흰 구름의 노래

   나뭇가지 위 새들 서넛 고개를 갸웃뚱 몸짓 어여쁘다

   멀리 바다가 보인다

   해송 두른 오름 한가로운 햇살 아래

   조개줍는 그리움 켜켜히 쌓이는 이 아련한 봄날의 수채화

   풋풋한 젊음이 아름답다

   산다는게 한 마당 꿈이라지만

   흐드러지는 꽃 그늘에 나는 무욕의 상념이려니

   오페라 "세르세"중에 '그리운 나무 그늘이여' 

 

                                    -   2008, 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