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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에서/여행,사진,글,기타(trip)

조의

 

삼가 조의를 표합니다.

 

나와 평소 잘 알고 지내시던 분이 어제밤에 돌아가셨다는 전갈을 받았다.

평소 짱짱한 목소리와 거침없는 행동으로 무척이나 건강해 보이셨는데

너무 황당하다 싶은 충격이다.

나이 40이 넘으면 선배가 없다는 말은 들어보았지만, 이렇게 어이없는 것이 인생인가 싶다.

복강암이라 한다.

3주 전에 몸이 불편하여 병원을 찾았더니 이미 온 몸으로 전이된 상태였다고 하여

암 진료 전문병원에 예약을 했는데, 진료도 받지 못하고 돌아가셨다 한다.

 

유난히 내 그림을 좋아하시어 대략 10여점 정도의 내작품을 소장하고 계신 분인데

이번 개인전에 참석치 않아 이상하다고만 느꼈었다.

전화를 하자니 또 그림을 구입하겠다고 하실까봐 일부러 연락을 드리지 않았었는데

지금 막 운명소식을 들으니 아무 생각도 나질 않는다.

 

나의 아버지도, 어머니도 암으로 돌아가셨다.

나도 당뇨와 고혈압으로 매달 한 번씩 병원을 드나드는 처지이다.

살아 열심히 노력은 하지만, 죽음은 피하지 못하는 것이 인생인가 보다.

 

꽤 많은 재산을 갖고도 평소 근검절약을 하시더니

제대로 호사 한 번 못하시고 그렇게 가셨다.

 

영가 천도를 읊어 넋을 위로합니다.

 

영가시여 고개를 들고 수그리는 순간마다
분명하게 존재하는 그것을 알아보고 듣고 지작하여
한 순간 확실하게 그 진리를 깨닫고 체득하면
굶주리고 허기진 고통에서 영원히 벗어나게 되니
생사(生死)없는 법을 확연히 깨달으소서.

태어날 땐 어디에서 왔었으며
돌아갈 때는 어디로 가시나요.
태어나는 것은 한 조각의 뜬구름이 생기는 것과 같고
죽는 것은 한 조각의 뜬구름이 사라지는 것과 같은 것이니
뜬구름은 본래부터 그 자체가 없는 것이거늘
태어나고 죽는 것이 또한 어디 있겠느뇨?
그러나 형체는 없지만 항상 존재하며
죽음에 따르지 않는 홀로 묘한 한 물건만은 있으니
이것이 무엇인지 아시겠습니까?

 

이제 사대가 모두 흩어져 영가의 몸은 사라졌으니

근심, 슬픔, 애착 등이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죽음도 그렇거늘 태어남은 또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나고 죽고 이루어지고 무너짐이 허공의 아지랑이와 같으니

지난날의 죄와 복, 원수와 친한자가 어디에 있겠습니까.

이제 그런것 들은 모두 없어졌으니

평온하고 걸림없음이 허공과 같습니다.

 

와도 온 흔적이 없으니

밝은 달이 수많은 강물에 비친 것 같고

가도 간 곳이 없으니

허공이 온 누리에 두루한 것 같나이다.

 

신령한 광명이 홀로 빛나서

너와 나를 훨씬 뛰어났고

본체가 당당하게 드러나서

문자와 언어에 구애되지 않나니라.

 

참다운 성품은 물들지 않아 본래 원만하나니

허망한 반연(礬緣)을 여의면 그대로가

여여한 부처님 자리니라.

 

수량과 관념과 형식의 구애가 없는 무량수의 나라에 왕생하시어 영원한 법락을 누리소서. 

나무아미타불 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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