깍아지른 듯한 아미산 끝자락 절벽위에서 침묵으로 흐르는 임진강을 본다.
천년을 두고 흐르는 강물. 고려와 조선의 그 많은 이야기들을 품고서 그 시절 흐르듯이 지금도 흐른다.
고려시대의 충신들을 모신 위패
500년의 긴 세월과 함께 역사속으로 사라져 갔다.
살아 충신으로 만방에 이름을 떨쳤고, 역사에도 남아 그 이름은 길이 남겠지만
지금 돌아보니 그 자취 찾을 길이 없다.
부귀권세도, 영웅호걸도 모두 아침 풀잎에 맺힌 이슬같구나.
살아 당당히 큰소리 친들, 말없는 민초들과 다를 바가 없고
꼭둑각시 광대 놀음에 자기를 돌아 볼 시간인들 있었으랴.
차라리 피묻은 칼 버려두고서, 절벽아래 임진강물에 자기의 모습을 비춰볼 것을
김운상교장선생님과 함께
계단은 남아있는데
계단 위가 없다.
아무 건물도 없이 잡초에 덮여있다.
무얼까?
제사를 지내고 제문이나 제물을 불사르던 곳이라 한다.
고려 왕들과 충신들의 위패를 모신 곳 담장에
잡초가 솟아 꽃을 피웠다.
돌아 나오며 가만히 생각해 보니
고려의 위인들과 기와장 위 잡초의 무게가 다를 바가 없다.
절벽아래 임진강이 어리석은 인간들의 허장성세를
버려라, 흘려버려라, 역사의 강물에 던져버려라 한다.
차라리 돌이 될지언정
꼭둑각시 광대놀음은 하지 않으리
숭의전에서 / 김운상
숭의전엔 고려 태조 외 3위의 위패를
배신청엔 16 대신의 위패를 모셔놓고
봄, 가을 때 마추어 제를 받드는 곳
이안청 문 앞에서 접하는 시 한 수
강물은 변함없이 흐르는데
시대를 풍미했던 공신, 충신 인걸은 없고
무너진 4백년 왕조의 한을 바위에 새겨
후세 사람들에 가르침을 주고자 함이었으리라
숭의전 돌아올라 임진강에 얼굴 내민 절벽위에 서면
소리 없이 흐르는 임진강엔
물새 드문 드문 자맥질 하고
한가로운 녹색 들판이 눈에 찬다
절벽 어디엔가 새겨져 있을 한 맺힌 시 한수
가슴 터지는 아픔으로
600년 세월을 견디었으리라
한이 깊어서일까
참나무 울창한 길섶과 달리
측백나무 응어리 진 채 절벽에 매달려
무슨 뜻을 전하려함인지
가녀린 고개 흔들며 강물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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