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살 투명한 날 오후
근처의 고봉산을 올랐다.
하늘이 눈 시리게 푸르다.
소나무도 겨울에는 잎이 성글다.
고봉산의 작은 암자
정갈하고 아름답다.
이 절의 스님은 참 부지런도 하시지
언제 보아도 경내에 티끌 한 점 없다.
옹기 한 점, 돌 하나도 허투루 놓는 법이 없다.
무슨 소리가 들리는가?
절이 산 속에 있는 것은
속진을 벗어나라는 뜻일까?
작은 동자승 조각을 보는 것은
마음 속의 부처를 보라는 의미일까?
포대화상
나도 방그레 웃어본다.
고봉산 정상의 바위 위에 한참을 앉아
나뭇가지 너머의 북한산을 본다.
아니
내 마음을 본다.
호흡이 가라앉고
생의 기쁨이 차오르도록
시간도 잊고 가만히 앉아있다.
나무도 살기 위하여
저리도 부지런히 가지를 뻗는구나.
소나무 가지가 한 쪽으로만 뻗은 것은
햇볕을 받기 위해서다.
반대편은 활엽수 잎이 무성하기 때문이려니........
모든 존재는 빛을 향하여 팔을 뻗는다.
마음에 거리낌이 있다면 그 길을 가지 말아야 한다.
스스로 당당한 길을 걸어야 한다.
스스로 기쁨이 일어나는 일을 해야 한다.
스스로 그늘이 지는 곳을 향해 팔을 뻗을 이유는 없다.
그것이 얼마나 무의미한 것인지
저 작은 소나무도
그것을 알고있다.
이 나무들은 1992년도엔
나의 무릎에 차던 나무들이다.
벌써 이렇게 자랐다.
참 바르게도 자랐다.
중간에 활엽수가 있었으면 구불구불 자랐을 것이다.
나무를 보니
내가 나이를 먹어간다는 것을 알겠다.
산을 오르는 것은
내 몸을 오르는 것이다.
이토록
즐거운 마음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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