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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과 글/홍해리(시모음)

길에 대하여 / 홍해리

 

                                                    

 

 

 

길에 대하여

 

                                                시 : 홍해리

                                              그림 : 김성로

 

 

 

한평생을 길에서 살았다

발바닥에 길이 들었다

가는 길은 공간이고 시간이었다

공간에서 제자리를 가고

시간에선 뒷걸음질만 치고 있었다

샛길로 오솔길로 가다

큰길로 한번 나가 보면

이내 뒷길로 골목길로 몰릴 뿐

삶이란 물길이고 불길이었다

허방 천지 끝없는 밤길이었다

살길이 어디인가

갈길이 없는 세상

길을 잃고 헤매기 몇 번이었던가

꽃길에 바람 불어 꽃잎 다 날리고

도끼 자루는 삭아내렸다

남들은 외길로 지름길로 달려가는데

바람 부는 갈림길에 서 있곤 했다

눈길에 넘어져도 눈길 한 번 주지 않고

빗길에 미끄러져도 손길 한 번 주지 않았다

오가는 길에 어쩌다 마주쳐도

길길이 날뛰는 시간은 잔인한 폭군이었다

길에서 만난 사람들마다

인생이란 그렇고 그런 것이라 했지만

끝내 바단길, 하늘길은 보이지 않았다

날개는 꿈길의 시퍼런 독약이었다.

 

                                                                                                                           (『우리詩』2009. 8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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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는 일이 길을 선택하는 것, 아니 길을 찾는 것이었습니다.

내가 선택한 길이 최선이었는가?

내가 찾은 길이 옳고 바른 길이었나?

나는 제대로 길을 찾기는 찾았는가?

되돌아보면 Robert Frost의 시 'The Road Not Taken'처럼 나는 늘 갈림길에 서 있었습니다.

때로는 곧은 길, 굽은 길, 또는 미로 속을 헤매는 밤길이었습니다.

이제는 갈 길이 한 길밖에 없습니다.

그 길은 독약을 지고 가야 하는 길입니다.

외롭고 힘들어도 푸른 길이기를 고대하며 바랑 하나 메고 후여후여 남은 길을 가야 하겠습니다.

그 길 끝에서 'And that has made all the difference.'라고 중얼거리겠지요. -홍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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