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장인 김성로·박정은 부부 비닐하우스 꾸며 갤러리로 동료 작가들 위해 무료 대관
갤러리 ‘아트 눈(ART NooN)’이 9월 정식 오픈했다. 9월 2일 개관한 이 갤러리는 갤러리라고는 하지만 규모도 작고, 밖에서 언뜻 봐도 우리가 아는 그런 갤러리 모습이 아니다.
일산동구 풍동 세원고등학교 정문 옆 비닐하우스 상가가 모인 곳에 가면 ‘갤러리 ART NooN’라는 쓰인 간판이 눈에 들어온다. 겉모습만 보자면 ‘비닐하우스 갤러리’인 이곳, 분명 ‘갤러리가 있을 자리는 아닌데’하고 고개를 갸우뚱 할 수도 있겠지만 유리문을 옆으로 밀고 들어가면 좋은 회화 작품들이 흰 벽을 채우고 있다. 한 쪽에는 도예작품도 아기자기하게 전시된 것이 나름 갤러리 모습을 갖췄다.
이곳의 주인은 다름 아닌 중학교 미술 선생님과 그 아내다. 평생을 미술 교육과 작품활동에 열정을 쏟은 김성로(58세)씨가 그 주인공, 그리고 그 옆에는 아내이자 갤러리 대표인 박정은(55세)씨가 함께했다.
갤러리 개관 취지는 이렇다. “1주일에 300~400만원씩 하는 갤러리 임대료 때문에 개인전은 엄두도 못내는 작가들에게 우리가 무료로 대관을 해주자”라는 것. 이들 부부에게 이곳은 갤러리이자 부부의 작업실, 동료 작가들이 모이는 사랑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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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성로·박정은 부부는 “창작활동은 우리부부의 운명”이라고 말한다. 그 창작욕이 확장되어 마침내 갤러리를 오픈하게 했다. |
현재 덕양구 행신동 서정중학교 교장인 김성로씨는 젊어서는 작가의 길을 가려했다. 아내 박정은씨도 예전엔 선생님이었지만 교편을 접고 10여 년 전부터는 아마추어로 도예를 시작했다.
“남편은 젊어서 오히려 더 유명했어요. 인사동 가서 ‘김성로 작가’하면 거기 사람들이 다 알 정도로 열심히 활동한 신진 작가였죠. 전업 작가라는 게 우리나라에선 쉽지 않아요. 남편도 그것을 잘 알고 있죠. 그래서 이제 우리가 주변에 실력 있는 작가들에게 전시기회를 주면 어떨까하고 갤러리까지 열게 됐어요.”
작가들에게 갤러리 대관은 무료. 작품을 보고 싶은 입장객들에게도 갤러리문은 언제나 활짝 열려있다. 누구나 들러 무료로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지역의 동료 작가들, 숨은 실력 있는 젊은 작가들을 만나보고 싶다”는 김성로씨. 그는 “지금은 개관 초여서 주변에 실력이 검증된 중진작가들의 작품을 전시하고 있는데, 앞으로는 지역의 젊은 작가들을 발굴해 전시 기회도 주고 동려들에게 소개도 해줄 수 있는 그런 사랑방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아내 박정은씨의 삶도 이채롭다. 국어 교사였던 박정은씨의 꿈은 원래 소설가가 되는 것이었다. 교사직도 버리고 소설에 전념하려 했지만 창작에 대한 압박이 오히려 더 스트레스가 되어 그녀를 힘들게 했다. ‘차라리 꿈을 놔버리고 순간을 즐기며 살자’라는 생각을 할 무렵 쇼핑몰 문화센터에서 우연히 접하게 된 도예가 그녀 인생을 바꿨다.
“수요일이 도예수업 날인데 주말부터 설레서 잠을 못 잤어요. 완전 빠지게 된 거죠. 이 갤러리는 우리 부부에게 작업실로도 쓰여요. 작업실이 없으면 하기 힘든 도예를, 지금은 매일 할 수 있다는 것이 큰 기쁨이에요.”
부부 모두 작품 창작활동에 대한 열정이 누구보다 강하다. 남편 김성로씨는 “저도 그림에 얽매이는 자신이 싫어 붓을 놔 본적이 있어요. 그런데 고작 1주일을 못 버텼어요. 그제야 그림 그리는 것이 내 삶의 일부인 것을 받아들였죠. 운명이라 생각해요. 그림 그리다 힘들면 다시 그림을 그리며 자신을 치유하는 것이 제 삶이에요”라고 담담히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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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갤러리 Art NooN'의 개관 취지에 대해 김성로씨는 "갤러리 임대료 때문에 개인전은 엄두도 못내는 작가들에게 우리가 무료로 대관을 해주자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
갤러리 ‘아트 눈’의 김성로씨는 수익이 나지 않는 갤러리를 왜 오픈했냐는 기자의 질문에 “저 아직 월급 받잖아요”라며 웃으며 말한다. 동료 작가들을 위해 무료 전시 공간을 준비한 부부는 지역의 숨은 젊은 작가들과의 교류도 희망한다. 물론 기사를 읽은 독자들이 갤러리를 방문해 작가들의 작품을 사는 것이 부부를 가장 기쁘게 하는 방법일 수도 있겠다.
갤러리는 오픈 시간은 낮 1시부터 저녁 8시까지. 월요일은 휴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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