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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에서/여행,사진,글,기타(trip)

작은아버지의 유작

작은어버지의 유작 [화병]

 

숙부님은 옹기대장이셨다. 강원도 원성군에서 커다란 옹기를 만들어 생계를 유지하셨다. 옹기가마에 장작불을 지피시던 모습과 옹기를 제작하시던 모습이 끊겨진 필름 처럼 간간이 떠오른다. 세월이 변하면서 옹기수요가 적어지자 옹기공장을 문닫고 식구들과 흩어져 여기 저기 떠돌며 다른 옹기공장에서 옹기를 만드셨다. 마지막 소식은 경기도 안성에서 였다. 옹기를 만드시다 귀가길에 교통사고를 당해 운명하셨다. 평생을 얼마나 궁색하게 사셨던지 단칸셋방에는 이 화병과 몇개의 토기만 있을 뿐이었다. 마지막으로 일하셨던 옹기공장에서는 몇 몇 도공이 모여 가마불을 지피고 있었다. 이 곳에서도 다만 뜨내기셨던 것 같았다. "아무튼  술을 무척이나 좋아하셨지. 나중엔 손이 떨려 제대로 만들지도 못했다네." 무심한 척 이죽대는 옹기쟁이의 얼굴에 벌건 가마장작불이 일렁이고 있었다.

이 화병에 숙부님의 고달픈 삶이 스며있는것 같아 가슴에 끌어안고 집으로 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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