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로 [가을이야] 45*45cm, 한지위에 아크릴. 2001
가을이야
김미경
시린 하늘을 떠난 찬 바람이
상처를 헤집고 지나기에
아픈 것은 아니다
미루지도 쉬지도 않고 어김없이
스쳐 흘러가는 시간이
아쉬워 그런 것도 아니다
다만
푸른 빛 뿌리는 하늘 아래에서
이다지도 붉게 타오르는 그것에 놀라
엉겁결에 쏟아져버린 눈물이
내 마음을 두드린 것 뿐이다
붉은 손짓에 아련히 묻어오는
옛 시간의 슬픈 유혹에
가슴이 잠시 덜컹거리는
이맘때면 항상 찾아와주는
작은 열병을 마중하여
아직 출렁이는 기억의 단편들을
하나, 둘 바람 결에 실어
언젠가는 되돌아올 그 길로 떠나 보내는
아름다운 고통이
잠시 머무는 날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