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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과 글/그림과 시(picture poem)

[스크랩] 기 다 림

 

  김성로 [기다림] 70*70cm, 한지위에 아크릴. 2000

 

 

 

기다림/ 이옥선


아, 언제 너는
내게 돌아와 등불을 켤까

너를 생각할때 마다
왕십리 지하철 계단 밑에 펼쳐 진
파키스탄 남자의 노점에서
귀걸이를 샀다


상아로 만든 별을 살때도 있고
검은눈물  달롱달롱  흘린  흑진주일때도 있고
서툰 한국어를 말하는 그 남자가 권하는
값 나가는 나비모양의 화이트 골드 귀걸이도 
너를 만나러 갈때 살아 날 시간을 위해
많은 우주가 화장대 앞에서 춤을 춘다
어쩌면 한번도 내 귀에서 흔들림 없는
순정하고 수수한 귀걸이도 있을지
보고 싶은게 지칠때면
혼자서 거울을 보고  이것저것 마구 달아본다
마음이 실타래처럼 헝클어져
끝을 이어 갈수 없이 복잡해진 심사되어
나는 너를 위한 귀걸이 보다는
이제 나를 위해 치장을 하고
바람부는 거리로 나가고 싶다..
파란 사파이어를 귀에 달고
지중해빛 바다를 그리며 떠날지도 모를 일
요염하게 불타는 붉은 장미의 루비를 걸고
터키의 골목에서 탱고를 추고 있을지도
형형색색의  귀걸이를 하고

숙명처럼 폴투칼에서 파두를 부를지도  모를 일

 

귀걸이가 찰랑찰랑 거릴때마다  

가숨에서 넘쳐나는 짚시의 노래가 흔들흔들 거린다

 

아, 언제 너는
내게 돌아와 등불을 켤까

2007.10.1
출처 : 생의 한가운데서
글쓴이 : 스카렛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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