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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과 글/그림과 시(picture poem)

매일 일탈을 그리다

김성로 [하얀 밤을 마중 나간다] 90*90cm, 한지위에 아크릴

 

 

매일 일탈을 그리다

 

           글 / 너울 윤준한

 

꽃잎은 꽃에 있어야 하고

꽃은 향기를 지녀야 하고

향기는 고요히 피어나야함을

가슴으로부터 알았을 때

내 나이

어느새 불혹을 넘기고 있었다

 

살아가는 의미를 되새기고

존재의 가치를 받아들이며

희망의 돛을 펼쳐야 하는데

암흑에 젖어 헤매고 있을 때

내 나이

어느새 불혹을 넘기고 있었다

 

아흔아홉 개의 당연한 진실보다

한 개의 왜곡된 진실 앞에서

이렇듯 가슴이 저려오는 이유는

인생의 반환점을 정하기보다는

인생의 종착역이 보일 것 같다는

미지의 두려움 때문이 아닐까

 

수없이 무너져 내리는 모래성보다

바벨탑을 간절히 원하는 사실 속에서

가끔은 미련 없이 허물고 싶지만

이미 정해진 운명의 사슬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나약한 모습을

인정치 않으려는 것은 아닐까

 

빛바랜 무성영화의 필름처럼

때로는 끊어지고 싶고

미끈하게 잘빠진 여인보다는

두루 뭉실 여인을 만나고 싶고

숨겨진 날개를 마음껏 펴고

에메랄드빛 바다에 뛰어들고 싶다

 

아... 

벌어진 창틈으로

차가운 겨울바람이 젖어드는데

나는 

뒤틀린 문틈으로

하얀 밤을 마중 나간다.

 

 

 

 

 

 윤준한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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