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로 [길 위에서] 45*45cm, 한지위에 수묵. 2008
길은 내 앞에 있다
글 / 너울 윤준한
아무도
가르쳐 주지 않았다
방향을 가르쳐 준 이도
어깨를 포근히 감싸준 이도
그 길이
얼마나 고통스럽고 어려운지
말을 건네준 이도 없었다
아무도
깨우쳐 주지 않았다
나무에 걸린 해를 따고
호수에 빠진 달을 건지고
그 길이
얼마나 바보스럽고 힘든 것인지
어리석음을 알려준 이도 없었다
흐느적거리는 마음은
말없이 길만 바라만 보고
줏대 없는 육신은
갈팡질팡 제자리만 맴돌고
살아 숨쉬는 오늘보다
죽어 잠자는 어제가
더 편하고 그리워하면서도
혼란 속에 스스로를 질책하며
두 주먹을 불끈 움켜지고
신의 섭리에 도전하는 것은
고단한 그 길을
마다하지 않고 가는 이유는
죽은 자들이 그렇게 원하든
바로 이 순간
내가 존재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