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로 [어머니 장독대] 45*45cm, 한지위에 수묵. 2008
아버지 뒤란 / 김춘기
1.
달빛 푸르게 내려앉은 장독대
제일 큰항아리 위 정화수 그릇엔
어머님 소원 고봉으로 담겨있고
터줏대감 자릿돌 고사떡 시루만
기다리고, 기다리던 뒤란
흑백사진 속 아이들 웃음소리가
다닥다닥 열렸던 앵두나무,
그 밑동마다
할머니 세상으로 가신
어머니 목소리가
구슬 굴리며
돌나물로 바글바글 솟아오른다.
2.
빨간 햇살에 잠긴 펌프 위로
나팔꽃 덩굴손 따라
오월이 길어 올린 물기가 흐르고
삐삐선 빨래줄 위
빛 바랜 속옷 한 벌
명지바람에 나불대는 하오
지붕에 앉아 바지랑대 인사 받던
큰 누님 닮은 호박
전화 소리에 귀 세우고
노고산 올려다 볼 때,
나 어릴 적 산에서 온
팥배나무 한 그루
집주인 되어
아버지 뒤란
내
려
다
보고 있다.
글 출처 : http://blog.daum.net/seuge/25427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