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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과 글/그림과 시(picture poem)

미류나무가 있는 강가에서

 

 

 

 

     미류나무가 있는 강가에서 

 

 

                                               시 : 이서린

                                            그림 : 김성로 

 

 


    반쯤 바닥 드러낸 강

    희고 검고 둥근 돌들이

    다정한 추억 마냥 햇빛에 반짝인다


    강가에는 늙은 미루나무 몇

    유순한 몸짓으로 해바리기하고

    조금씩 삭아가는 생에도 행복할 수 있다는

    먼 강물의 조용한 흐름

    그 강가에서 밥 짓는다


    갓 지은 밥 한 그릇 다 비우고 강물에 손 담그면

    놀란듯 흩어지는 어린 물고기 떼

    물 속 휴식 즐기던 구름도 따라 흩어질 때

    식구들 웃음소리 등뒤에서 따듯하다


    어린 별 돋는 푸르스름한   저녁

    문득 문득 세상 집들 불 밝히고

    차츰 모든  풍경 밤에 잠기면

    별빛 내려 몸 씻는 강물 깊게 흐른다


    미류나무 쓰다듬고 집으로 가는 길

    손바닥에 고이는 나무와 물의 향기

    나는 강물이거니 혹은 미루나무이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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