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류나무가 있는 강가에서
시 : 이서린
그림 : 김성로
반쯤 바닥 드러낸 강
희고 검고 둥근 돌들이
다정한 추억 마냥 햇빛에 반짝인다
강가에는 늙은 미루나무 몇
유순한 몸짓으로 해바리기하고
조금씩 삭아가는 생에도 행복할 수 있다는
먼 강물의 조용한 흐름
그 강가에서 밥 짓는다
갓 지은 밥 한 그릇 다 비우고 강물에 손 담그면
놀란듯 흩어지는 어린 물고기 떼
물 속 휴식 즐기던 구름도 따라 흩어질 때
식구들 웃음소리 등뒤에서 따듯하다
어린 별 돋는 푸르스름한 저녁
문득 문득 세상 집들 불 밝히고
차츰 모든 풍경 밤에 잠기면
별빛 내려 몸 씻는 강물 깊게 흐른다
미류나무 쓰다듬고 집으로 가는 길
손바닥에 고이는 나무와 물의 향기
나는 강물이거니 혹은 미루나무이거나
'그림과 글 > 그림과 시(picture poem)' 카테고리의 다른 글
우화의 강 (0) | 2008.05.19 |
---|---|
그대에게 (0) | 2008.05.19 |
별을 쳐다보며-김석규 (0) | 2008.05.13 |
봄바람 같은 내 사랑아 (0) | 2008.05.08 |
저 하늘에 밤배 (0) | 2008.05.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