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에게
시 : 문효치
그림 : 김성로
사랑합니다
길 가의 돌멩이보다 흔한 말
나는 이 말을 들고
푸르른 강물에도 씻고
붉은 장미 꽃잎에도 문대어
광을 냅니다
당신에게 바칠 말 오직 하나
사랑합니다
길 가의 돌멩이보다 흔한 말
흙먼지를 뒤집어 쓴 말
그대로는 바칠 수 없어
풀벌레 노래로 다듬고
여름날 소낙비로 훔쳐내
광을 냅니다
당신에게 바칠 말 오직 하나
사랑합니다
그러나 길가의 돌멩이보다 흔한 말
뭇사람의 발굽에 짓밟힌 말
그대로는 바칠 수 없어
맑은 바람에 부비고
높은 하늘 끝에 대고 갈아
광을 냅니다
구슬이 되어 영원히 반짝일 사랑
그러나 차가운 구슬을
그대로는 바칠 수 없어
내 심장 깊이깊이 묻었다가
뜨거운 피로 달구어 낸 말
사랑합니다
지중해 햇빛보다 밝고
소양호 달빛보다 더 고운말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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