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타민 詩(홍해리 지음·우리글)=1969년 시집 ‘투망도’를 내며 등단한 저자가 2000년 이후 출간한 ‘봄, 벼락 치다’ ‘푸른 느낌표’ ‘황금감옥’에 실렸던 시를 추려 시선집으로 엮어냈다. 꽃, 낙엽, 산 등을 소재로 자연에 조응하는 삶과 애틋한 감성을 풀어냈다. 8000원.
- 동아일보 2008. 11.15.(토)
새천년 들어 드러낸 시집 ‘봄, 벼락치다’, ‘푸른 느낌표!’와 ‘황금감옥’에서 내 시의 비타민 C를 뽑아 시선집 ‘비타민 C’를 엮는다.
우리는 자연으로 가야 합니다. 시는 우리 영혼의 비타민, 자연이 되기까지 한 알이면 충분합니다. 비타민 詩를 복용합시다.
- 시인의 말
봄, 벼락치다 / 홍해리
푸른 느낌표! / 홍해리 - 보세란報歲蘭 삼복 더위, 가을을 넘더니 아세亞歲 지나 새해가 온다고, 너는 나를 무너뜨리고 있다 네 곁을 지켜주지 못하는 나의 무력함―― 겨우내 감싸주지 못한 너의 외로움 밤새도록 몸이 뜨겁더니 안개처럼 은밀하니 옷을 벗고 달을 안은 수정 물빛으로 절망의 파편들을 버리고 드디어 현신하다 수없이 날리는 향香의 화살들 눈물겨운 순수의 충격이다 새천년 첫 해오름과 첫날밤의 달빛으로 수천 억겁의 별빛을 모아 내 가슴에 쏟아붓는, 적요의 환희와 관능의 절정 너는 불꽃의 혀로 찍는 황홀한 구두점 또는 푸른 느낌표!
황금감옥黃金監獄 / 홍해리 호박벌 파락파락 날개를 친다 눈감아도 환하고
황금감옥은 네 속에 있다
물의 뼈 / 홍해리
독 / 홍해리
네 앞에 서면 나는 그냥 배가 부른다
애인아, 잿물 같은 고독은 어둘수록 환하다
눈이 내리던 날 나는 독 속에서 독이 올라
오지든 질그릇이든 서서 죽은 침묵의 집이 된다
가을 들녘에 서서 / 홍해리
눈멀면 아름답지 않은 것 없고
귀먹으면 황홀치 않은 소리 있으랴
마음 버리면 모든 것이 가득하니
다 주어버리고 텅 빈 들녘에 서면
눈물겨운 마음 자리도 스스로 빛이 나네
먹통사랑 / 홍해리
세상의 가장 큰 북 내 몸속에 있네 온갖 소리북채가 시도 때도 없이 울려 대는 귀북이네
나는 지상에 없는 세월을 홀로 가네
불같은 빗소리가 북채가 되어 난타공연을 하는 여름날 내 몸은 가뭇없는 황홀궁전 둥근 바람소리가 파문을 기르며 굴러가는 가을이 가면 눈이 내리면서 대숲을 귓속에 잠들게 하네
북은 침묵의 늪에 달로 떠오르네
때로는 천 개의 섬이 되어 반짝이고 있네
고추꽃을 보며 / 홍해리
연가 / 홍해리
여자를 밝힌다고 욕하지 마라
그녀는 온몸이 자궁이다
호박 / 홍해리
이 맑은 날에 / 홍해리
절망도 빛이 돌고
꽃나무 아래 서면 눈이 슬픈 사람아
홍해리 시인 본명 洪峰義, 충북 청원 출생. 1964년 고려대학교 영문과 졸업. 현재 사단법인 <우리시진흥회> 이사장. 월간 <우리시> 발행인 시집 『투망도』(선명문화사, 1969) 『화사기』(시문학사, 1975) 『무교동』(태광문화사, 1976) 『우리들의 말』(삼보문화사, 1977) 『바람 센 날의 기억을 위하여』(민성사, 1980) 『홍해리 시선』(탐구신서 275, 탐구당, 1983)『대추꽃 초록빛』(동천사, 1987) 『청별』(동천사, 1989) 『은자의 북』(작가정신, 1992) 『난초밭 일궈 놓고』(동천사,1994) 『투명한 슬픔』(작가정신, 1996) 『애란』(우이동사람들, 1998) 봄, 벼락치다 (2006년) 『푸른 느낌표!』2006 우리글 『황금감옥!』(2008우리글)『비타민 詩』(2008우리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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