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에 대하여
시 : 나 병 춘
그림 : 김 성 로
나비는 날개를 가졌어요
하늘을 접었다 폈다 마음대로 하는
두 개 부채를 가졌어요
한 번 부치면 천둥번개가 치고
남태평양이 춤추며 태풍을 일으키는
나비는 귀를 가졌어요
하늘 소리와 땅의 소리 골고루 듣고
꽃들의 한숨소리 향내도 듣는
가끔가다 손뼉이라도 치면
꽃들이 환호하며 무도회를 벌이는
나비는 두 잎새를 가졌어요
이른 봄 만물이 고요할 때
새싹 애벌레 꿈속에서 불러내는
희한한 두 개의 톱날을 가졌어요
고치에서의 긴 동면을 끝내고
은근슬쩍 흥부네 박을 타듯
완강한 문을 썰어내는
아무도 모르는 이빨을 가졌어요
<약력>
계간 1994년【시와 시학】신인상 등단
시집으로 『새가 되는 연습』『하루』『어린왕자의 기억들』
현재 (사)한국작가회의 양주지부 회장. 숲해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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