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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과 글/평론, 작품감상(review )

[스크랩] 묵언마을에서의 김성로 화백의 작품시연을 보면서 느낀 깨달음의 감상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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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16일(토)

어제 저녁부터 내리는 빗줄기가 하루종일 대차게 내렸다.

아침부터 간단히 그림도구를 정리하고 묵언마을로 나선 길

고속도로 주변의 산들이 푸르름으로 싱싱하고

흰 아카시아꽃들이 무더기로 군락을 이루고 있다. 

 

 11시 30분 경

 자리를 펴고 앉아 마음을 가다듬었다.

 '무엇을 그릴까?'

 지루하게 느껴지는 빗소리로 묵언마을의 황토방 전시장이 차분하게 가라앉는 느낌이다.

 

 방송학과 대학생 2명이 다가와

 이곳에 3번째 오는 발걸음이라며 제작과정 촬영을 허락해 달라고 한다.

 다큐멘터리 졸업작품을 준비한다고 했다.

 작품제작에 영향을 미치지만 않는다면, 굳이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묵언마을의 기운이 달라져 있었다.

 지난 번에는 살짝 들떠 있었는데,  오늘은 조용하고 차분하다.

 잠시 묵상을 하다가

 떠오르는 이미지를 그리기 시작했다.

 

 글을 쓰든, 그림을 그리든

 자기를 속이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마음이 가는 곳에 그 형상이 있으니

 단지 떠오르는 그 이미지를 약간의 조형성을 살려 구성하기 시작했다.

 

 비오는 날의 묵언마을에는

 자아, 자기 정체성을 찾고자 하는 안타까움이 깔려있었다.

   

 예전에 마라톤 국가대표였으며 당시 한국의 신기록을 깨트렸었다는 분이 오시어

'마라톤은 자기와의 외로운 싸움.'이라고 말씀을 하셨다.

 그림도 그러하고, 산다는 것 모두가 그러하다.

 

 나는 그림을 그리며 무엇을 찾고있는 것일까?

 나의 그림은 남에게 무엇을 전달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적어도 그림을 그리는 순간에는 나 자신의 본질을 향한 나와의 끝없는 대화이다.

 

 아무 것도 아닌듯 하지만

 그려놓은 형상을 어루만져본다.

 거기 따스한 느낌이 전해져오지 않으면

 다시 바꾸어 그려야 하기 때문이다.

 그림을 그리는 동안은 계속하여 마음을 다스리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스님께서는 아무 말씀도 없이 그냥 지켜 보고만 계셨다.

 마음과 마음의 교류는

 말이 없음으로 더욱 수월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편안하게 그림에 집중을 할 수 있었다.

 

 아무런 구체적인 형상이 그려져 있진 않지만

 이미 모든 내용은 공간 속에 가득 채워져있다.

 묵언마을에는 외로운 영혼이 있었다.

 

 원을 하나 그리니

 스님이 빙그레 웃으신다.

 지개야스님도 모든 것을 보셨다.

 

 슬그머니 일어나셔서

 묵언마을 식구 한 분과 상담을 하러 가셨다.

 그 외로워하는 영혼을 공감하시기 위함이리라.

 

 하나하나 구체적인 이미지들을 그려나갔다.

 여기서 부터는 그림이 다소 설명적이다.

 소통과 교감의 문제 이므로 가급적 알아보기 쉽게 표현하기 시작했다. 

 

 촬영을 하던 대학생이

 서울에는 전시장도 많고, 보다 효과적인 공간들이 많은데

 왜 이곳에서 전시를 하며 그림을 그리느냐고 묻는다.

 

 아곳의 분위기가 마음에 들었기 때문이라고 대답했다.

 

 사실은 어떤 곳이든 마다 않는다는 것이 솔직한 대답이었겠지만.........

 

 "무엇을 표현하는 것인가요?"

  설명을 하고자 하니 말이 얽히기 시작한다.

 

 내 마음을 표현하는 것?  아니다.

 만다라? 그러면 만다라를 설명해야 하고, 인드라망을 설명해야 하고, 그러다 보면 그림과 거리가 더 멀어진다.

 

 새를 그리고, 사람을 그렸지.

 사람들이 외로워하고, 사랑을 느끼고, 생각을 하고, 꽃 한 송이가 피었고,........

 모든 것은 서로 다른듯 하지만, 모두 서로 연결되어 있지.

 한 사람이 슬퍼하면 다른 사람도 슬퍼지고, 한 사람이 사랑을 느끼면 다른 사람도 사랑을 느끼고.........

 

 

 

 5월 16일의 묵언마을 그림이 완성되었다.

 뭔가 아쉬워하는 사람들을 뒤로하고 서둘러 칠장사로 발걸음을 돌렸다.

 

 

 

지난 5월 16일 '묵언마을'에서 있었던 

김성로 화백의 작품시연을 보면서 느낀 깨달음의 감상문

 

 

지난 5월 16일 낮 지개야 스님이 주지로 계신 '묵언마을' 황토사찰에서 있었던 김성로 화백의 작품시연을 직접

가 보려 했지만 병환으로 인해서 움직일 수 없어 그만 마음을 접어야 했다.

그러나 오늘 이날의 시연과정을 세밀하게 기록한 사진들을 보면서 나의 생각과 마음 속으로

뭉클하게 떠 오르는 시연작품에 대한 느낌과 깨달음을 감상문 형식으로 정리해 본다.

 

이날의 작품시연을 지켜 보던 젊은 대학생이 완성된 그림을 보며 질문을 던졌다고 한다

"무엇을 표현하는 것인가요?"

김성로 화백은 다음과 같은 대답을 했다고 한다

" 새를 그리고 사람을 그렸지, 사람들이 외로워 하고  사랑을 느끼고,  생각을 하고  꽃 한 송이 피고 구름이 두둥실 떠 가고  그것들이 모두들 서로 다르듯 하지만,  서로 연결되어 있지 한 사람이 슬퍼하면 다른 사람도  슬퍼지고,  한 사람이  사랑을 느끼면  다른 사람도  사랑을 느끼고.."

 

이 대답은 작품의 주제 '만다라'를 설명하면 인드라망을 연관하여 설명해야 하고 그렇게 대답이 철학성을 띠면서 길어지면 그림에 대한 설명이 어렵고 멀게  진행되기 때문에 이러한 어려운 대답을 피해서 이 젊은 학생이 이해하기 쉽게

김성로 화백이 작품을 그린 진솔하고 솔직한 마음을 대답한 것이라 짐작된다.

 

그러나 이날 김성로 화백이 그린 그림을 사진으로 보면서 나는 김화백이 우주의 원상을 마음으로 표현한 그림이라고 생각해 본다

김화백이 그림을 시작하면서 전체 구성의 밑 그림을 구성해 놓고 그 구성의 원형 위에 손을 올려 놓고 따뜻하게

마음으로 전해져 오는 느낌이 없다면 다시 그리려 했을 것이라고 추측해 본다

그림을 그리려는 소통과 교감으로 전해져 오는 거짓없는 마음의 움직임이 없이는 창작을 할 수 없었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이러한 특징이 바로 김성로 화백의 치열한 작가정신이며 식물지향적인 그림을 대하는 창작성의 열망이며 염원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솔직하고 진실된 평정 속에서만 그가 그리려 했던 우주의 원상을 마음으로 옮겨 놓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 이날 그린 작품 속에는

새가 날고 구름이 두둥실 떠 가고 나무가 살아 있고 꽃이 피고 시냇물이 흐르고 자동차가 달리고 빌딩의 도심과

한가로운 농촌이 있고 산사의 적멸이 고요로움 속에 존재하고 있다

이러한 우주만상의 관계 속에서 인간은 삶을 통하여 서로 사랑하고 슬퍼하고 기뻐하면서 공존공생하고 있다

이러한 우주만상의 진리를 표현하고자 했던 마음이 바로 이날의 그림의 주제였을 것이라고  감히 생각해 본다

이날 그린 김화백의 그림은 분명히 '만다라'다

왜냐하면 위에서 밝힌바 있는 김성로 화백의 그림을 통해서 표현하고자 했던 마음이 곧 우주만물의 원상에 대한 본질이며 소유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자연의 천태만상에 대한 깨달음과 마음의 경지를 도형화한 이 그림은 바로 윤원구족(輪圓具足)으로  해석되는

'만다라'의 주체임이 분명하다.

輪圓具足이란  각각 흩어진 낱낱의 바퀴 살이 하나로 모여  둥근 수레바퀴 (圓輪)모양을 하여 이루고 있는

분리할 수 없는 우주의 본질이며 원상들이 소유하고 있는 하나로 이루고 있는 관계다

이러한 관계의 속성은 넘쳐나지도 모자람도 없는  진솔한 서로의 배려이며 거짓없는 진솔한 믿음이며 정신이다

따라서 이러한 마음이 곧 '만다라'다

자연과 조화하고 있는 생성과 존재에 근거한 사유적 경험세계를 표현하여 그리고 있는 김성로 화백의 그림은

생존의 실체에 충실한 삶의 실천체계도 함께 그리고 있다

극락정토(極樂淨土)의 주체 속에서  관상(觀想)과 변상(變相)의 대상을 그린 이 그림이 표현하고자 했던 것은

'만다라(曼茶羅)'가 내장하고 있는 진리임이 분명하다.

 

끝으로 감상문을 맺으면서 나의 감상이 작가의 생각에 미치지 못하거나 동떨어진 이질적인 내용이 되었다면 용서를 구한다.

 

 

글 / 손소운孫素雲

 

 

 

 

 

 

 

 

 

 

 

 

출처 : 한국영상문학협회
글쓴이 : 손소운(孫素雲)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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