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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과 글/그림과 글(MY WORK)

대관령을 넘어오는 바람

10월 17일(토)

 

가을을 찾으려 떠난 길

대관령의 양떼목장을 찾았다.

 

 

10월의 따사로운 날씨에도

너른 동해에서 태백산맥을 거슬러 올라오는 바람으로

대관령의 양떼목장은 쌀쌀했다.

 

 

홀로 떠난 길이 아니었지만

목장의 외로운 풍경 탓인지

대관령을 넘어오는 세찬 바람 탓인지

아니면

저 시원으로부터 가슴 속에 품고있는

원인모를 그리움 탓인지

모두들 흩어져 자기 길을 만든다.

 

 

 

목장길을 오르며

만리장성을 생각했다.

언덕길을 오르며

저 너머에 무엇이 있는지

꿈꾸던 어린시절이 생각났다.

바람길을 거스르고 있었지만

생각은 바람따라 날아가고 있었다.

 

 

멀리서 보이던 오두막

세찬 바람으로 옷깃이 얼굴을 따갑게 때려도 참고

옷자락을 부여잡은 손이 점점 시려와도 꾹 참고

숨이 턱에 차도록 헉헉 거리며

오로지 이를 악물고 노려보며 걷던 목표물이 저 오두막이다.

 

오두막엔

아무 것도 별다른 것이 없었다.

그저 건초나 보관할 수 있을 허름한 창고였다.

엉성한 널판지 사이로

세찬 바람이나 잠시 막아 줄 따름이었다.

언덕 아래에서 오르며

꿈꾸던 파랑새는 어디에도 없었고

꿈꾸던 어린시절도 사라져 버렸다.

양떼목장의 언덕 정상에 서서

갑자기 현실로 돌아 온 내겐

차가운 동해의 세찬 바람이 야멸차게 냉혹스러웠다.

차라리

언덕길을 오르던 때가

더 행복했다.

  

 

 

 

바람에 나뭇가지가 휘었다.

바람에 지친 걸음도 휘청거린다.

바람에 맞서느라 얼어버린 양 볼로

눈물이 흐른다.

누가 볼세라

입가엔 환한 미소를 지으며

 

 " 바람 때문이야."

 

 

 양떼도

 바람을 느끼는가?

 내려오는 길

 바람이 자꾸 등을 떠민다.

 

 어둠이 내려앉는 목장엔

 누가 듣던 말던

 통키타 음악소리만

 낮게 깔리고 있었다.

 

 

 

 대관령 바람이

 얼마나 세차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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