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3일(목)
어유지리의 안개와 서리꽃
진입로의 안개
어유지리의 모든 풍경을 안개가 삼켜버렸다.
키 큰 플라타너스 사이로 아침해가 붉게 드러나고
앵두나무 가지에 안개로 인한 서리가 맺혀있다.
소나무 푸른 잎에도
철쭉꽃 잎새에도
붉게 단풍든 키 낮은 나뭇잎에도
밤 사이 쳐놓은 작은 거미줄에도
아직 다하지 못한 노랑 국화꽃에도
가지 끝 작은 줄기 사이사이에도
말라버린 개망초 대궁에도
하얀 설화로 피어있다.
무엇이 이토록 복잡하게 얽히도록 만들었을까? 명자꽃나무
새
야생 팥배나무
이 야생 팥배나무는 얼마나 오래도록 이곳을 지키고 있었을까?
나무는 수 백년를 넘기고도 살아있다.
북풍한설과 태풍, 폭염을 수없이 거치면서도 의연히 살아
때가 되면 가지 끝에 잎을 틔우고 열매를 맺는다.
누군가에게 다가가지도 못하고
누군가 다가오지도 못하는 처지련만
참 용케도 외로워하지 않는다.
수없이 많은 팥배열매를 주렁주렁 달아
새들의 먹이로 유혹을 하면서 씨앗을 퍼뜨린다.
자연의 모두는 자기역할을 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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