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중연생 (火中蓮生)
글 : 해설피/ 그림 : 김성로
돌아간다!
나 태어난 곳으로
아름다웠던 정원을 멀리하고 한세상 불꽃처럼 춤추다
근본을 잊어버리고 육근의 끌림에 휘둘려 살았노라!
그러나 어찌하랴
나의 무지한 소치인 것을
무소유, 무소유 외처 보았지만
그것은 공허한 메아리로 나를 슬프게 하였다.
이제라도 참으로 빈손으로 왔다 빈손으로 감을 알았으니 얼마나 다행이리오!
아무리 글로써 중생의 아픔을 해결하려 하나 그 또한 부질없다는 것을 알았다.
참으로 무소유는 참 나를 찾는 것임을 알았고
육근의 장난으로는 찾을 수 없다는 것을 알았다.
나의 육신을 보고 우는 사람들이여
나의 글을 보고 행복을 느끼는 사람들이여
삶은 새의 깃털과 같이 가벼워야 훨훨 날 수가 있고
돌이켜보니 내가 지은 말 빛이 너무 많은 것을 한스러워 하노라
아 이제야 그리던 무소유의 안락의자가 보인다.
너무나 기뻐서 한달음에 달려간다.
나의 육신은 불꽃처럼 하늘 위로 날고
나의 인연들은 서푼도 안 되는 그리움에 목멘다.
달팽이 뿔 같은 세월에 긴 세월 인양 허우적거리며
곡식을 키우려 하였지만 잡초만 무성히 키우다 간다.
그러나 나의 마음은 아직도 늦은 가을 찬 서리처럼 시원하다.
찬바람에 기침하던 육신의 옷을 벗고
내 태어난 방으로 돌아오니 꽃향기 가득하다
창문을 반개하고 동에서 서로 서에서 동으로 흐르는
구름을 보며 웃음을 짓는다.
장작 더미위에 육신의 고무 부대를 태우고 나니
그 누구도 칭을 대는 이 없으니 이 얼마나 한가로운가!
나를 친구삼아 여유 자적하며 물소리 바람소리에 취해본다
문을 닫을 필요도 마당가 뒹구는 낙엽도 걱정할일 없노라
홀로 가는 이길 쉬엄쉬엄 가다가
길동무 있으면 말벗이나 하련다.
글도 내려놓고 말도 내려놓고
육신도 내려놓고 세상과 멀리 하였으니
그 무엇이 부러울 것인가
가는 길 오는 길 인연 따라 가는 세월을
마음 길 찾아 길손을 하련다.
후인이 나의 글을 보고
어느 것이 무소유냐 물어보면
봄에는 밭에 나가 씨앗뿌리고
가을 에는 들판의 곡식을 수학하노라 일러주마!
비가 오면 논밭에 물을 대고
바람이 불면 창문을 열고 바람을 맞으련다.
산가에 꽃이 피면 영혼들의 향연이 있을러라.
무소유 하는 마음으로 안고 서고
한가로이 한담을 나누며
물소리 바람소리에 텅 빈 마음을 채우련다.
그 어디에도 걸림이 없는 바람처럼
모두 다 버리고 자유로이 노니노라
새들도 나의 한가로움을 아는지 떠나버리고
한 칸짜리 오두막에서 인연의 글을 쓴다.
무소의 뿔처럼 홀로 사는 즐거움이
얼마나 향기롭고 맑은지 찾아오는 길손이 있다면
이야기나 해주며 아름다운 마무리를 하련다.
봄이 가고 여름이 오고 또 가을이 가고 겨울이 와도
존재하는 모든 것들은 다 행복하길 바라노라!
어머니 품에서 불꽃같이 태어나서
한세상 그림자 없는 붓끝으로 세상살이를 풀어 쓰다
한 무더기의 장작더미위에서 다시 연꽃으로 화하여
갈 곳 없는 갈 곳으로 그림자 따라 가노라!
------법정 큰스님을 추모하며 해설피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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