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의 외로움 / 김성로
그 사람의 인사는 언제나 '땡큐'다.
말을 마칠 때도 '땡큐', 헤어질 때도 '땡큐', 그리곤 아무런 여운 없이 뒤돌아서 간다.
활달하고 적극적이며 항상 긍정적이다.
그를 볼 때마다 '저런 사람도 있구나.' 하며 신기해했다.
그런 그가 한밤중에 문을 두드렸다. 나도 잘 모르는 내 숙소를 용케도 찾아왔다.
".............?"
"존재의 외로움 때문에 찾아왔습니다."
나도 마침 그런 외로움에 못 견뎌 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었다.
그에게도 그늘이 있었다. 아니 너무도 짙어 스스로도 인식하지 못했던 심연의 허무함이 배여 있었다.
제법 시간이 지났다.
그리곤 올 때처럼 툴툴 자리를 털고 위로를 받았다는 말과 함께 '땡큐'하며 어둠 속으로 사라져 갔다.
위로를 받은 것은 나였다.
그날은 모처럼 깊은 잠에 빠져들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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