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그림과 글/그림과 시(picture poem)

못잊어/이은협

 

 

 

 

못잊어

 

 

                         시  이은협

                      그림  김성로

 

 

아주 먼 훗날은 정말 잊을 수 있을까 

산 빛 가득 쌓이는 시간이 가슴 열어도

참 오랜 세월 못 잊고

어느 이름 없는 들꽃이 되어

홀로 외롭고 쓸쓸하게 살았습니다

 

라일락 향기가 그대 혼이라고

찬이슬 맺힌 장미가 그대 얼굴이라고

화사한 벚꽃이 그대 밝은 미소라고

바람에 흔들리는 억새머리가 그대 다정한 손짓이라고

낙엽에 떨어지는 구성진 가을비가

그대 슬픈 눈물이라고

울긋불긋 오색 단풍진 저산이

그대 옷 입은 환한 모습 이라고

언제나 그렇게 여기며 살았습니다

 

바람의 세월은 강물처럼 빠른데

내 그리움의 새는

이름도 없는 그림자로 태어나

소나무에 앉은 백로처럼 날개를 접고

조용조용 사랑을 읊조리며

기도 속에 영혼의 노래 흥얼거릴

이 땅의 아주 먼 훗날

첫 키스의 짜릿했던 추억조차도

미련 없이 모두 잊겠노라고

입술 깨물어 마음 다짐하며

언제나 그렇게 여기며 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