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새 / 김성로
1
하얀 새 홀로 겨울비를 맞고 있으니
초겨울 새싹마냥 스스로 측은하다
하늘이고 들판이고 보는 사람 마음이니
빗속이든 바람 속이든 무슨 상관있으랴만
'스스로를 등불로 삼고 의지처로 삼는다.'
2
비 맞은 새도 나르려는 의지만 있으면 된다
보이는 건 남의 눈이지 자신의 눈이 아니다
무서운 건 자신의 감정이지 남의 감정이 아니다
새는 마음이 일어나면 빗속이라도 나른다
3
낙엽이 지고
바람이 불고
철새들도 날아와
겨울도 한겨울
새들은 무리 지어 이동하지만
아주 가끔
홀로 벌판에 앉아있는 새
철새는 가련하게 비를 맞고 있지만, 그 비바람을 타고 먼 몽골에서 이곳까지 날아왔다.
계절의 흐름을 느끼고, 끊임없이 바람을 살피고, 때가 되자 힘차게 날아올라
아마 생애 처음일지도 모르는 길을 스스로의 의지로 날아왔을 것이다.
그러할진대 그 새를 초라하게 느끼는 나 자신이 더 초라한지도 모르겠다.
어떤 일을 하건 일 자체에 묶이면 스스로 올가미에 들어가는 것이고
일을 벗어나 삶 전체를 인식하면 살아간다는 것이 새로운 의미로 다가온다.
- 2013 서두물/서정중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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