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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과 글/그림과 시(picture poem)

철새 떠난 강변에서/김석림

 

 

철새 떠난 강변에서

 

                                  시 : 김석림

                               그림 : 김성로

 

 

을숙도 갈대숲

미세한 물줄기조차 거스르지 않고

처절하게 순응하는

철새들의 숭고한 날개짓

 

태어난 때가 있으면

언젠가 죽음을 대면할 날이 오고

만날 때가 있으면

분명 이별해야할 날도 있는게

인생사인 것을

갈대는 한 철에 깨우치는데

나는 어리석게도

반백의 세월이 걸렸다

 

저 풍요로운 강물처럼

내가 먼저 베풀면

그대로 되돌아온다는 것을

철새들이 떠난 뒤에야

얻은 깨달음 한 조각

빈 주머니에

소중히 주워 담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