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그림과 글/그림과 시(picture poem)

물의 죽비/김혜숙

 

 

 

물의 죽비

 

                      시 : 慧泉 김혜숙 

                  그림 : 김성로

 

 

마른 바람 한 줄기

마음 한 모퉁이 허물어 내릴 때

다시 찾은 천 년 숲길

월정사 부도밭을 지나

오대산 옛길로 이어지는 숲길을

오대천 정갈한 물이

숲의 향기 퍼 나르며 흐른다

물길처럼 홀로 깊어져

적멸의 시간 고요히 머무는 곳

몸속 텅 빈 세월을 드러내고 누워 있는

전나무 등걸을 적시며 흐르는 밤 물결 소리

이슬처럼 눈가에 맺히던

물의 근원을 찾아 떠나는 길

거친 숨소리 샐 때마다

등짝을 치는 물의 죽비

허물어지고

허물어지며 올라

동그랗게 엎드린 독관지처獨觀之處는

근원을 마음 밖에서 찾으려는

떠도는 영혼에게 다시 거처를 묻는다

 

 

 

 

'그림과 글 > 그림과 시(picture poem)'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신춘의 거리 / 김태수  (0) 2015.03.05
까메오Cameo의 연가戀歌 @ 1  (0) 2015.01.12
철새 떠난 강변에서/김석림  (0) 2014.06.02
인생 여정/박종욱  (0) 2013.12.19
그냥/김경호  (0) 2013.12.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