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의 죽비
시 : 慧泉 김혜숙
그림 : 김성로
마른 바람 한 줄기
마음 한 모퉁이 허물어 내릴 때
다시 찾은 천 년 숲길
월정사 부도밭을 지나
오대산 옛길로 이어지는 숲길을
오대천 정갈한 물이
숲의 향기 퍼 나르며 흐른다
물길처럼 홀로 깊어져
적멸의 시간 고요히 머무는 곳
몸속 텅 빈 세월을 드러내고 누워 있는
전나무 등걸을 적시며 흐르는 밤 물결 소리
이슬처럼 눈가에 맺히던
물의 근원을 찾아 떠나는 길
거친 숨소리 샐 때마다
등짝을 치는 물의 죽비
허물어지고
허물어지며 올라
동그랗게 엎드린 독관지처獨觀之處는
근원을 마음 밖에서 찾으려는
떠도는 영혼에게 다시 거처를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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