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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과 글/그림과 시(picture poem)

까메오Cameo의 연가戀歌 @ 1

 

 

 

 

 

 

 

 

  • 까메오Cameo의 연가戀歌 @ 1 

  •                                                시 : 손소운孫素雲

                                                 그림 : 김성로

     

    노시인의 생애의 마지막 여자가 가늘고 긴 손가락으로 고독의 무거운 침묵을 뒤적이고 있다

    불입문자不立文字로 쓰여진 노시인의 시의 행간에 소곤거리는 입김을 콕콕 박아 넣는다

    유혹의 채톡이 점자처럼 오감을 자극하고 있을 무렵, 팜므파탈은 결정적인 대사를 시작한다

    그녀는 일주일의 시간들을 태연하게 헤체하고 달콤한 여생을 위한 일상을 하나하나 적는다

    <4일은 당신하고 푸른잔디에 그네가 내다 보이는 커다란 유리창가 무아몽중 근사한 베드에서

    나머지 3일은 자신만의 휴식과 충전이 필요한 재활의 시간을 위하여 그리고 소설을 쓰기 위하여>

    " 착수를 위하여 일단 10억을 준비하셔요"

    ", 알았다니까"

    그로부터 얼마 뒤, 한 손에 꽃을 들어 보이며 이심전심以心傳心을 읽던 노시인의 가위가

    싹뚝! 싹뚝! 벗겨지는 양파껍질을 자른다 잘려 나가는 수년간에 쌓아왔던 공든 허무의 시간들

    달빛에 환하게 드러나는 오르가슴의 진한 냄새들, 컴퓨터 자판기를 지나가던 연민의 단어들이 검은 맨홀로 빨려들어 가고 백밀러로 보이는 스멀스멀 지는 2014년 한 해의 노을의 빛 마크 로스코의 검고 붉고 초록인 색면추상의 포장으로 덮어버리는 어둠의 시퀸스sequence

  •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마지막 소리 하나 뚝! 떨어진다 대체불가의 "사랑"이란 단어였다.

  • (2014,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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