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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러리 ART NooN/갤러리 아트 눈

갤러리아트눈 기획 ‘김동진 초대전’

[김동진 초대전]

터무니 없지만, 또한 터무니가 분명한

 

김동진은 수십 년을 서예에 천착해온 작가다. 따라서 그 귀착점이 어디든 그의 작업은 서예의 스펙트럼 안에서 가장 진솔하게 이해될 수 있다. 이미 회화와의 경계를 불식시키고 있으면서도 작품 전반에 걸쳐 폭넓게 드러나고 있는 서예성이 그러한 전제를 반증한다고 볼 수 있다. 회화라고 할 수밖에 없는 대단히 급격한 변화를 감행하면서도 결코 서예의 근본적인 속성을 무너뜨리지 않고 집약적으로 녹여내고 있다.

이는 변화에 대해 분명하게 인식하면서도 오랫동안 지향해온 가치를 부정하지 않고 오히려 그 속에서 자신이 체득한 장점을 극대화하는 것으로 무기를 삼은 결과라 할 것이다. 어쩌면 그가 작가로서 생존해 나가는 최선의 선택이었다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물론 전통서예가로서 제법 탄탄한 입지를 갖추고 있던 상황에서 그와 같은 변화가 최선인가 하는 문제는 논란의 여지가 크지만, 이것은 역시 작가 개인의 입장이 가장 우선적으로 이해되어야 할 것이다. 작가는 다음과 같이 술회한다.

 

삶의 뒤안길에서 무채의 속살을 드러낸 고목枯木을 마주한다. 살아있음의 가시적 상징이던 육질이 벗겨지며 드러난 암묵적 생명력의 적나라함을 목도한다. 오직 삶을 지탱하기 위한 응축성에 몰입하는, 그리하여 심층의 암원暗源에서 내밀하게 옥죄고 있던 내향의 본능을 체감한다.

균열과 충돌, 뒤틀림과 일그러짐, 왜곡과 엉킴, 그 밖에도 지극히 비이성 내지는 비상식적인 온갖 요소들이 점철된 불협화음, 불완전하고 터무니없지만... 또한 터무니가 분명한

 

장식화고 정제된 표층의 상태와는 달리 껍질에 가려져 있는 내면의 생명력은 뒤틀림, 왜곡과 같이 비이성적이고 부정적인 요소로 분류되는 불협화음의 점철이라는 것을 작가는 삶이 다하여 껍질이 죄다 벗겨진 후에야 드러나는 고사목의 심줄을 통해 각성한다. 뒤틀리고 일그러지지 않고는 옥죌 수 없는, 그의 말처럼 터무니없이 뒤엉켜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사실은 생의 가장 깊고 어두운 곳에서 오직 생을 지탱하기 위한 터무니가 너무도 분명한 내적 생명력에 대한 발견이다. 우리가 가시적으로 확인하는 표층의 덧씌워진 현상보다는 보이지 않는 내면에서 삶을 지탱하던 생명의 또 다른 축을 작가는 주목했다. 이로써 작가의 행위가 방향성을 구득하게 된다.

 

내면에 기형적으로 얽혀든 관념을 각성시키기 위해서는 결코 가시권에서 긍정적으로 규정된 것에만 탐닉될 수 없다는 사실을 자조적으로 항변한다. 방임적인, 많은 부분에서는 무의식적이며 불가측不可測이기도 한 불협화음의 변주를 듣는다. 이성 때문에 절제되고 외면되었던 자존적 관념을 무작위의, 그리고 또 다분히 작위적인 가변성에 보다 적극적으로 빙의한다.”

 

작가는 반듯하고, 완전하고, 화사하고, 아름답고그렇게 긍정적으로 규정하는 상식 대신, 갈라지고, 뒤틀리고, 일그러지고, 왜곡되고, 불완전한보편적 가치관으로는 터부시하던 요소들을 자기언어로 선택했다. 내면에 대한 치열한 탐색의 결과로써 한 생을 밟아오며 내면에 실타래처럼 얽혀든 관념들을 그렇게 서술한다.

터무니 없는  25 호 -1
터무니 없는  25 호 -2

 

터무니 없는  130 호

 

 

전시기간 중 관람은 무료이며, 1 전시장에는 김성로 최근 작품들과 박정은의 도자기와 도자인형 등을 관람할 수 있다.

(관람문의 : 010-3365-1850, 010-6440-9390. , 금요일은 정기 휴관)

 

[ 1전시장 ]

갤러리 아트눈 전경

 

김성로 / 제 1전시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