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로 [시비의 근본] 2001
[13장/달팽이 뿔 위에서 승부를 겨루어 무엇을 얻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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石火光中 爭長競短 幾何光陰.
석화광중 쟁장경단 기하광음.
蝸牛角上 較雌論雄 許大世界.
와우각상 교자논웅 허대세계.
석화石火의 불빛 속에서 길고 짧음을 다툰들
그 시간이 얼마나 길겠는가.
달팽이 뿔 위에서 자웅을 겨룬들
그 세계가 얼마나 넓겠는가.
[해설]
옛날에는 돌과 쇠붙이를 맞부딪쳐서 불꽃을 피웠는데
이때 일어나는 불꽃은 그야말로 순간적입니다.
그 찰나적이라고도 할 수 있는 인생에서 잘나고 못남을
다투어 본들 그게 무슨 소용이 있겠는지요,
와우각상(蝸牛角上)의 비유는 『장자莊子』에 실려 있습니다.
달팽이의 왼쪽 뿔 위에는 촉씨(觸氏)라는 나라가 있었고
오른쪽 뿔 위에는 만씨(蠻氏)라는 나라가 있었습니다.
이 두 나라 사이에 전쟁이 일어났고 수만 명의 병사가
죽어갔습니다. 대진인(戴晋人)이라는 현인이 때마침
이웃나라를 공격하려던 위왕(魏王)에게 이 우화를 들려 준 다음,
'전하, 이웃나라와 전쟁을 벌이어 무고한 백성을 희생시키는 것은
바로 이 와우각상의 싸움과 같나이다.' 라고 아뢰자 위왕은 크게
깨닫고 전쟁을 중단했다는 것입니다.
오늘날 우리도 이 좁디좁은 세계에서 서로 미워하고 시기하며
아웅다웅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러나 시각을 조금만 넓혀 본다면,
그리고 생각을 다시 한번 깊게 한다면
이런 와우각상의 싸움 따위는 하지 않게 될 것입니다.
어차피 석화(石火)와 같은 인생인 것을 싸워서 무엇하겠습니까.
그림출처:김성로 블로그 http://blog.daum.net/ksm416
출처 : 쓸쓸히 채워져 있고 따뜻이 비워진 숲
글쓴이 : 들이끼속의 烏竹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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