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로 [밤] 45*45cm, 한지위에 아크릴, 2001
8월의 마지막 날, 마지막 밤이다.
28년간의 교사로서의 마지막 날이기도 하다.
제법 선득선득한 바람이 불어와 가을을 느끼게 하는 초가을 밤이다.
마지막 날이었는데도 무려 일주일간에 걸친 학급별 마지막 수업으로
진이 다 빠져버렸다.
그동안 같이 가르치신 동료 선생님들 거의 90여명
한 분 한 분 인사를 나누고
혹시 질질 끄는 듯한 못난 뒷모습을 보이기 싫어
서둘러 교정을 빠져 나왔다.
교사는 자주 학교를 옮기다 보니 이별에 너무 익숙하다.
빨리 정리하고 새로운 선생님을 맞이할 준비를 해야한다.
나도 내일부터는 교감으로 새 출발을 해야 한다.
피곤하다. 정말 온몸이 무겁다.
눈을 부릅떠 봐도 끊임없이 졸린다.
내일 취임사 준비를 해야 하는데.......
아침에 일찍 일어나 출근하여 모두에게 산뜻한 모습을
보여줘야 할 텐데........
28년의 지난 세월이 어깨를 짓누른다.
그래, 내일 일은 내일 생각하자. 오늘은 너무 피곤하다.
밤이 모든 것을 정화해줄 것이다.
2007. 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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