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로 [바다를 두고 산으로 가느냐] 45*45cm, 한지위에 수묵. 2007
토막과 꿈 / 心路 한인철
시작의 줄기를 붙잡고
따라가다 보면
매듭 될지라도
꼭 끝이 이어져 있었습니다.
길든 작든
보이는 것들이 다
겪어지는 것이 다
토막으로 존재하였습니다.
추억에 걸친 모든 것들도 다
유년이란
청년이란
토막 다리를 건너서 내가 지금 있습니다.
꿈을 꿀 줄 알아 예까지 왔다며
신통 길을 아는 것처럼 우매한 우쭐도
인간이란 그 자체가 유한한 토막인 줄
잊으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수시 영원도 부려보겠다고
보이지 않는 시공에까지도
마음의 손을 뻗어
마음의 다리를 놓아보려도 하였습니다.
잡힐 듯 영원을 잡아 보려다
뻗은 손 뚝 끊어졌을 때
길어지는 대신 가늘어져
결국 또 토막을 내고야 말았습니다.
겪어 보니
바람은 허술
두부위에서의 살걸음 같이
바람을 잡아보려는 거미줄 손이었습니다.
그런데도 마음의 유혹은
토막이 없는 세계가 있다 하고
그렇다고 따라가다 보면
번번이 물이 가는 길 낮은 곳뿐이니
바다를 두고
어찌 산으로 간단 말이냐고
독백같이 물으면
마음은 산으로 가는 길이 있다 합니다.
어찌하오리까.
처지는 물 걸음인데 산으로 가오리까.
생활에 밀착한 마음과
부딪쳐지려는 것들에 타협한다는 것이
사는 데까지
노곤치 않으려하면
토막을 그나마 길게 가지려 하면
꿈을 덜어내는 일입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