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달래고 싶어 버스를 타고 여행을 떠났다.
편하게 눈을 감고 있으려 해도 잠이 오지 않는다.
생각과 생각들이 연이어 계속된다.
생각을 멈출 수 있을까?
몇 번을 시도했으나 불가능하다.
정신을 한 군데로 집중하면 그것은 가능하나
생각을 멈춘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생각은 어떻게 일어나고 사라지는가?
언어화 되어 이어지다가 감각에 의하여 다른 것으로 바뀐다.
잠이 들었나 보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꿈속의 일들이 기억이 나질 않는다.
기억도 언어화되지 않으면 기억으로 남질 않는다.
우리나라의 산들은 어디를 보아도 아름답다.
달리는 차창을 통해 사진을 찍었다.
그림을 그릴 때 참고가 될까하여.....
여행지에서 만난 분들.
간단한 이야기에서도 그 분들의 삶이 뚝뚝 묻어났다.
사람들은 각자 자기의 색깔이 있다.
그 뚜렷한 색깔에서 덜 때묻은 순수함이 배여나온다.
즐거웠다. 부끄러웠다. 행복했다.
동백꽃.
이 추운 겨울에 붉게 피는 꽃.
누가 연약한 꽃이라고 말했을까?
물은 얼었는데 꽃잎은 싱싱하다.
송림 사이로 바다가 보인다.
바다가 가슴으로 덮쳐오는듯 하다.
높은 곳에서 보면 수평선도 높아진다.
유독 시선을 끄는 나무 한 그루.
나도 바르게 크게 자라고 싶었다오.
나도 넓은 가지에 무성한 잎사귀를 달고 싶었다오.
가파른 절벽 중턱에서 홀로 떨어져
모진 해풍과 싸우다 보니 내 몸이 이렇게 휘어졌다오.
그래서 사람들은 이 나무를 '멋있다.'고 말한다.
바다 암벽에는 자연의 모습이 그대로 보여진다.
산도 있고 계곡도 있고 절벽도 있다.
바다와 싸워 온 천년의 세월을 그대로 보여준다.
바람이 심하고 비가 진눈깨비로 변하여
온 몸에 사납게 �아지지만
무엇에 홀렸을까?
홀로 온 발걸음이 떨어지지않는다.
동백꽃 지다.
떨어진 꽃잎이 아까워 자꾸 돌아보고
풍화된 바위에는
긴 세월의 향기가 난다.
가만히 손으로 쓸어보았다.
산도, 나무도, 바위도, 바닷물도
그리고
그 짧은 여행에서 만난 사람들도
모두 자기대로 거기 있었다.
모두 특별하고 소중하고 사랑스럽다.
마음이 따스해졌다.
귀경길에는 푹 잠들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