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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과 글/그림과 시(picture poem)

유리창에 이마를 대고

김성로 [유리창에 이마를 대고] 90*90cm, 한지위에 아크릴. 2008

 

 

유리창에 이마를 대고


                 이가림



유리창에 이마를 대고

모래알 같은 이름 하나 불러본다.

기어이 끊어낼 수 없는 죄의 탯줄을

깊은 땅에 묻고 돌아선 날의

막막한 벌판 끝에 열리는 밤

내가 일천 번도 더 입맞춘 별이 있음을

이 지상의 사람들은 모르리라.

날마다 잃었다가 되찾는 눈동자

먼 不在의 저편에서 오는 빛이기에

끝내 아무도 볼 수 없으리라.

어디서 이 투명한 이슬은 오는가.

얼굴을 가리우는 차가운 입김

유리창에 이마를 대고

물방울 같은 이름 하나 불러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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