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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과 글/그림과 시(picture poem)

보라카이 섬에서/박정연

 

 

보라카이 섬에서


                 시 : 박정연

               그림 : 김성로

  


물빛 주단을 가르다 지친

하늘을 닮은 호기심은

알수없는 수심(水深)의 허상위로

욕망의 야자수 한그루를 심는다


갈라진 야성의 이파리 사이사이

긴 한숨이 넘나들 때면

물 위에 뜬 섬 하나가

거친 노를 저어 내게로 들어온다


가슴 떨리는 전희도

소름 끼치는 애무도


태양빛에 사르르 녹아든 채로

구릿빛 무희가 되어도 좋은 낮

스러져간 욕망 다시 세우려

젖은 모래탑 허물고 쌓는 밤


물빛 환상이라면 서러울

보랏빛 꿈이라면 더 짙을

환상의 보라카이 섬에서 난

매순간 깨어나 허공에서 춤을 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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