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가을을 다 받아 마셔야 한다
글 / 청명 김 태수
그림 / 솔뫼 김 성로
기댈 수 있는 어깨가 그리운 계절엔
홀로된 밥상이 더욱 서럽다
귀뚜라미의 공 울음은
운율을 실어 허공을 부유하고
지독한 한기는 늑골과 늑골이 처음으로 하나의
가족임을 확인케 하여 주었다
해 질 녘 길게 늘어진 그의 목 주름은
흐느적거리는 고독의 강물처럼 처연하기만 한데
고독이란
죽어가는 소나무 위로
버려진 둥지와 같아서
한번 들어가면 나올 수 없는 미궁 같은
운명 지어진 쪽방 촌 이다
골목 집으로 흘러들어간 자는
이 가을을 다 받아 마셔야 한다
이파리 무성했던 나무들이
여름내 무거웠던 멍에를 내리고
외로운 척 양껏 고독을 즐길 수 있었던 것도
믿는 구석이 있었기 때문이거늘
아, 이토록 사람이 그리운 줄 알았다면
그 시절 실컷 울었어야 했다
넘치는 기쁨에 가슴 벅찼던 날과
끝없는 슬픔에 질식할 것만 같았던 날이
대립각을 세우다 서로 눈물을 닦아주는
반전을 참지 못한 조급함이
하염없이 흘러내리는 눈물의 양을
가늠할 수 없도록 안배된 것이라면
맹물에 밥 한술 후루룩 떠 마신 고독한 자는
이 가을을 다 받아 마셔야 한다.
2008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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