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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과 글/그림과 시(picture poem)

太白은 나를 품고/김태희

 

 

 

 

太白은 나를 품고


          시 : 泰仁 김태희金泰希

        그림 : 솔뫼 김성로



그래 너 오는구나

어여 오너라

먼발치에서 벌써 마고할미

날 어루는 음성에


봇물 터진 듯

눈물샘 폭포수 되어

쉬임 없이 흐르네

나 홀로 오르게 한

그 이유 있었구나

이 푸른 산정에

솟아나는 달디 단 공기


왜 이제서야 오누

반기며 쓰다듬는 손길에

겹겹이 억눌린 심정

다 녹아내리누나


여린 초록 잎새도

날아오른 산새도

어미 품 찾아든 새끼마냥

호졸근 넉넉해진 웃음들


힘겨운 걸음은 어느새

숲 속 향기에 취해 들어

키 낮은 꽃잎에 입맞춤하며

제 집 든 냥 즐거워지네


내 발길은

풀이 되고

나무가 되고

바람이 되어

태백의 숨결에 젖는구나


어찌 잊었더란 말이냐

이리 따스한 의지처 있었음을


이제서야 숨길 틔우는

반짝이는 내 영혼의 은비늘


네 어미와 그 어미의 어미

먼 옛날 어미의 어미들이

정화수 올려 손 모으던

새벽의 기도


청빈한 하심은

달빛이 되고

강물이 되고

바다가 되어

출렁이던 것을


어찌 몰랐더란 말이냐

이리 내밀한 구원처 있었는데


네 아비와 그 아비의 아비

먼 옛날 아비의 아비들이

화살 날개로 말 달리던

혈맹의 언약


굳건한 일심은

봉화가 되고

성벽이 되고

제단이 되어

의연하던 것을


어찌 포기한단 말이냐

이리 든든한 버팀목 있는데도


일생의 변고와 위기와

아득하게 나아갈 길

보이지 않을 때도


그 어미와

그 아비와

옛시절 선조들은

몸과 마음 정결하게

나무처럼 석승처럼

묵묵하게 빌었나니


오로지

이 기도 들으시고

해님 같고 달님 같은

새끼들을 점지하소서


마고할미 은덕으로

태어나는 금덩이들

언제나 어디서나

보호하여 주옵소서


아무것도 모릅니다

모르고 또 모릅니다

내 앞길을 밝히소서

이 강산을 지켜주소서



내 어미와 그의 어미의 어미들

내 아비와 그의 아비의 아비들

쟁쟁하게 이어지던 간구의 소리


청옥으로 빚어지어

태백줄기 휘감고서

계곡을 따라내려

맑고 푸르게 흐르누나


이제는 시름 없네

다시는 아픔 없네

언제든 날아들어

산새처럼 노래하리



나로 하여 쓰린 상처

새살 돋아나옵기를

빌고 또 비옵나니

그도 푸른 창공

훨훨 날게 해주소서



태백이 품은 정기

나에게도 비추이니

하늘 마음 예 있구나

고맙습니다 산천이시여

은혜합니다 하늘이시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