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과 봄 사이
시 : 고성만
그림 : 김성로
침엽수림 곁을 지날 땐 송진이 자욱했다 밤새 눈 쌓인 언덕 안쪽 눈먼 아비 귀머거리 어미 벙어리 딸이 사는 집 앞 간신히 말을 멈춘 청년
똑똑 떨어진 피가 산딸기의 즙 같고 저녁연기 같았다
밤엔 별자리, 낮엔 강물 바라보다 소녀의 초상화를 그리는 청년에게 고향을 물으면 구름 넘어가는 고개를 턱짓으로 가리킬 뿐
물 젖은 눈동자 속 유유히 헤엄치는 고니 떼 아아, 한숨 쏟던 청년이 아름드리 참나무를 잘라 만들기 시작한 마차 위 오색 무지개로 치장한 가마
보지도 듣지도 못하는 부모를 두고 떠날 순 없다고 손가락을 펴는 소녀
움푹짐푹 패인 마차바퀴 자국을 따라 애기별꽃 흰 얼레지가 무더기무더기 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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