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9.21(화) 울산 대왕암
거의 5시간을 달려 도착한 울산 대왕암
학창시절 답답한 가슴을 쓸어내리던 너른 바다
서울에는 100년만의 기습 폭우가 쏟아진다고 하는데
이곳은 너무 맑고 푸르고 덥다
번데기를 삶는 듯한 구수한 바다냄새와
끈적거리는 습기가 해풍에 젖어있고
해송은 말없이 너른 바다를 지켜보고 있다.
바다는 언제나
꿈과 희망을 일깨워 준다.
숱한 욕념들이 고요한 풍경 앞에서는
어린시절의 나로 돌아가게 한다.
이토록 벌거벗고
자신의 모든 것을 내보이는 바위들
모진 해풍과 파도에 휩쓸려 온
긴 질곡의 세월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삶은 고통스럽고
참으로 모진 것이지만
좌절하지 않고 끈기와 인내로 버틴다.
그러하기에 참으로 아름답다.
바닷물이 휩쓸기 전에는
무성한 나무와 꽃으로 덮혔을 바위
하얗게 바랜 뼈대만으로
먼 바다를 바라보고 있다.
내 온몸이 부러져
너에게 기대고 있지만
누구에게나 삶은 그러하다고
소멸되어야 하는 것이 숙명이라고 전해주고 있다.
비록 조금씩 바스라져 가지만
먼 대양을 향해 최첨단에 서 있는 나는
모든 것을 버렸다.
내 꿈을 향해
내 생의 목적을 향해
오로지 알몸으로 거친 파도와 싸운다.
멀리서 지켜보는 하얀 등대여
공룡의 화석 등뼈같이 드러난
내 모진 세월의 흔적이여
나의 앙상한 뼈대 위에서
잠시라도 기쁨을 얻을 수 있다면
어떤 강태공에게도 등을 빌려줄 수 있다.
이것 또한
나의 작은 즐거움이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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