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속으로 걸어가다 / 솔뫼 김성로
무르익은 가을도 아니고 뜨거운 여름도 아닌 평범한 10월의 어느 날
눈 비비고 일어난 아침은 새벽 안개로 덮여 베일 너머로 감추어진 그리움 같은 것
이유모를 슬픔 같은 것들에 촉촉이 젖어 있다가 옅은 아침 햇살에 작은 희망처럼 부스스 일어서고 있었다.
갑자기 스산해진 날씨에 가을 숲은 붉게 멍들어 가는 단풍잎과 퇴색되어가는 잡초로 덮이고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연약한 거미줄에 매달린 나뭇가지가 허공에 떠 있어 왠지 가벼운 삶의 비애를 느끼게 하는 데
가을 햇살은 투명하게 나무 사이로 비집고 들어와 자꾸만 그늘을 찾아 몸을 숨기게 되는 발밑 그늘 속
키 작은 야생화는 누가 보든 말든 싱글거리며 웃고 있었다.
가을빛 그늘
작은 습지 웅덩이에 하늘 구름이 머문다
푸른 물이끼와 하얀 구름이 엉켜 있는 곳
작은 물고기가 하늘을 나르고
갈댓잎은 아래로 내려가 하늘에 닿아 있다
가장 낮은 곳 웅덩이에도 하늘이 있다
그런데도 햇살은 수면 위로 반사되어
진정 깊숙한 바닥에는 닿지 못하고 있었다
습지 웅덩이 옆의 버려진 폐가. 모두가 떠난 가장 낮은 곳. 거기엔 하늘을 향해 억세게 자라는 해바라기가 있었고, 끈적이는 가시가 달린 덩굴 잡초가 비비 꼬며 위로 솟으려는 해바라기를 악착스레 붙잡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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