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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에서/여행,사진,글,기타(trip)

시월의 마지막 날

시월의 마지막 날(2010.10.31.일)

 

 이런저런 일들로 마음을 추스리기 어려웠던 10월

 시월을 보내기 아쉬운 마음에 근처의 공원으로 나갔다.

 

 이미 붉게 변해버린 단풍들과 떨어진 낙엽들이

 무상한 세월의 흐름을 전해주고 있다.

 

 

   붉은 단풍의 노래 / 김성로

 

  타오르는 붉은 마음이여

  곧 떨어짐으로 마지막 피를 토하는 절규여

 

  봄부터 

  아니 지난 겨울눈으로부터

  모진 계절을 견디고 숱한 세월의 흐름을 지켜보다

  이제 마지막으로 붉은 丹心으로 한 생을 불사르니

  나그네여 눈을 들어 나를 보라

  연약한 싹으로 북풍한설을 이겨내었다

  세찬 폭풍에도 악착스레 나뭇가지를 붙잡고 있었다

  말려버릴듯한 태양의 뜨거움도 나에겐 삶의 활기였으며

  애벌레가 나의 몸을 갉아먹어도 내겐 생의 기쁨이었다

  마지막으로 온몸을 태우며 일러주노니

  몸과 마음을 다해 자신의 삶을 노래하라

  곧 나의 몸은 말라비틀어져 힘없이 떨어질 것이니

  아낄 것이 아무것도 없고 숨길 것이 하나도 없다

  연약한 잎 하나도 이럴지니

  그대여 남은 생을 활활 태워 찌꺼기 하나 남기지 말라

  그러고도 다하지 않은 여분이 있거든

  낙엽처럼 온몸을 바쳐 모두에게 거름이 되라 

 

  아직도 나를 찾는가?

  수천 나뭇잎 중에 나는 어디 있던가   

  누구에게나 삶은 이런 것이다. 

 

 

 

 

 

 

 

  

 

 단풍으로 물들어가는 고봉산

 하늘에 노을이 짙어지기 시작할 때

 몸을 추스리고 내일 할 일을 떠올리며 산을 내려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