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날
조상묘를 찾아 나선 길
구불구불한 언덕길을 따라 걷다보니
어린시절의 향수가 흙냄새처럼 피어오른다.
겨울 숲은 앙상하게 메말라 있지만
골고루 따스한 햇살이 내리쬐고 있어 눈부시다.
몇 백년이 흐른 것도 아닌데
햇살 잘드는 산 등성이 마사토 위의 무덤이라서 인지
40여년만에 봉분이 스러지고 있다.
건너다 보이는 얕은 구릉과 강물
물길따라 한참이나 흐르는 사념들
세월이 켜켜히 쌓여
조금씩 허물어져 가는 기와집 너머로
웅크린 산등성이가 뻐꾸기 울음으로 옛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
이 많은 사람들이 사라져 갔다.
차마 헤아릴 마음도 없이 주저앉은 어깨 너머로
무심한 검은 까마귀가 날고 있다.
좁고 가파른 골목 계단처럼
힘들게 어려운 길을 오르다가
어느 모퉁이에서 서서히 허물어져 가는 삶이여
"부디 건강해라."
"살아보니 건강이 제일인기라."
말기암으로 3개월을 물만 먹고 살고있다고 한다.
뼈만 남았는데도 하나도 아프지 않다고 한사코 고개를 젓는 노인
허, 다 필요 없는 기라.
모두 사라져 가는 기라.
봐라. 아무 것도 못가져 간데이.
그리고
무덤 속으로 가면
하나하나 잊혀지는 게 인생이다.
마 잊어뿌리는 게 사는 게 인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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