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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과 글/손소운(글모음)

아, *깨단하는 *아사의 노래

 

 

 

 

아, *깨단하는 *아사의 노래                

                      

                                                                   시 : 손소운

                                                                그림 : 김성로

 

    

  • 온 누리에 *숯이 넘실거린다

    아직 한 번도 두드릴 수 없었던 아사의 *햇귀 아름답다

     

    *시나브로 멀리 *가람과 *아라에 이르기 까지

    숯의 융융한 일렁임 흘러간다

    아, 빛나는 아사

    첫 신행 떠나는 꽃가마 안의 새색시 울렁이는 속 가슴 빛이라

    *아띠 뼛속으로 녹아드는 그런 때, 나는 처음으로 남자가 된다

 

 

바람 부는 대로 그림을 그리는 바닷물에

깨단하는 *혜윰 적시며

단풍나무 숲 속에 선 느낌으로 소외 받던 잠을 흔들어 깨우고

장애의 도시 작은 정원에 우리 과일나무를 심어보자

그래 아침은 쩡쩡 정수리를 깨우며 밝아 온다

안 밝아 올 수가 없겠지


 


 

 

 

 

 

 

 

 

 

 

  • 서로를 위해서 살고 죽어서 또는 헤어지고 다시 만나서

    코를 찡그린 채 *초서로 사랑편지를 써 보자

    그렇게 살자

    흐르지 못하고 고이는 샘물이 썩 듯, 썩으면 죽는 것

    앙금으로 가라앉지 말고 흐르며 살자

    살았을 적 죽을 적 *너울을 타는 우리네 들끓음 인생

    휘모리장단 열두 발 상모에 돌고 도는 굿판이 아니었던가

 

 

 

 

 

 

 

 

 

 

 

 


 

 

우리는 흘러가야 한다

살았을 적 눈알로 자라나야 한다

*산마루에 서서 모진 바람 풍파 다 겪으며 뿌리를 내리던

저 푸른 소나무처럼 굿굿하게 자라나야 한다

나무스럽게, 흐르는 물처럼, 쉬지 않고 달려가는 바람처럼

헛헛한 목마름 살아 있음으로 적시며

서러움에 부데끼면서도 물오른 가슴으로 살아야 한다.


 

 

 

 

 

 

 

 

 

 

 

 

 

주>

* 깨단하는: 오래 생각나지 않다가 어떤 실마리로 말미암아 환하게 깨닫는다는 순수 우리말

* 아사: 아침 / * 숯: 신선한 힘 / * 햇귀: 해가 떠 오르기 전에 나타나는 하늘이 열리는 노을 같은 분위기 /

* 시나브로: 모르는 사이에 조금씩 / * 가람: 강물 /* 아라: 바다 / * 아띠: 사랑 / * 혜윰: 생각 /

* 초서: 서체서법 가운데 하나로 흘려 쓰는 서체/* 너울: 바다에서 일어나는 큰 물결 파도 / * 산마루: 산의 정상부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