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1.1
계사년 첫 날
밤새 내린 눈으로 일출을 보러 산에 오르는 것은 포기하고
근처의 중산근린공원을 돌면서 새해 소망과 다짐을 정리했다.
소담스러운 눈으로 덮힌 환상적인 설경이
수묵담채화처럼 펼쳐저 있다.
소리 없이
쌓이는 눈
차곡차곡
솜이불
그래,
어차피 삶이란 살아남기 위해 지독한 냄새를 풍기는 것들이 모여있기 마련이고
생각하기에 따라선 그 냄새나는 것들이 향기롭게 느껴지기도 하는 법이다.
다사다난했던 2012년
그 영욕의 1년은 이제 해를 넘기면서 이 눈처럼 덮혀지고 있다.
흰 눈에 덮힌 산수유 열매기 더욱 붉다.
눈 내리는 풍경 속 세상은 흑백으로 색을 잃어가고 있건만
계절이 지나도록 새조차 거들떠 보지 않는 산수유 열매만 선명하게도 붉다.
북풍한설 세찬 눈보라 속
세상은 제 색깔을 잃어가고 있건만
아무도 거들 떠 보지 않는 산수유 홀로
눈 속 불 밝히고 선홍빛으로 유혹한다.
걸음 걸음 비틀거리던 발자국들도
무심히 내리는 눈으로 흔적 없이 자취를 잃어가고
다만
눈 내리는 풍경 속
앞만 보고 걸어갈 뿐
그러고 보니
야생 사과나무 열매도 붉다.
다글다글 열리었건만
아무에게도 선택되질 못하고
찬 눈속에 속절 없이 얼어간다.
나그네는 겨울풍경 속으로 점이 되어 사라지고
내가 왜 잎을 다 떨구어버린줄 아시오?
이 눈의 무게를 감당할 수 없기 때문이라오.
세찬 북풍과 꽁꽁 얼어버린 물
예전처럼 살다간 얼어죽기 마련이라오.
그러니 기다리시오.
이제 봄이 되면 다시 푸른 잎을 튀울 것이니
목련 겨울눈은 두툼한 털옷으로 몸을 감싸고
봄을 기다리며 혹한을 견디고 있다.
누군가 만들어 놓은 눈사람
저절로 입가에 웃음이 피어난다.
행복은
폭설 속 눈사람처럼
마음속에서 피어나는 것이다.
눈매가 아래로 쳐지고 입은 V자로 웃고있는 눈사람
마음이 밝은 사람만 이런 눈사람을 만들 수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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