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 김성로
짙은 색으로 수평선이 뚜렷한 날
외로운 돌섬은 파도의 간지럽힘을 기다리고
나는 흰 파도로 바다를 가로질러
백사장의 발자국을 지워버린다
바다에서는 어머니 땀 냄새가 난다
바다를 보는 사람들은 서로 떨어져 있다
같이 왔어도 서로 떨어져
자신만의 세계로 잠수하고 있다
바다는 근원적인 어머니 품이기 때문이다
바람이 불면 나는 더 큰 힘을 낸다
내 깊은 근원은 언제나 고요한 푸른 바다
어머니의 숨결에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나는 바다이며, 부드러운 해풍이며
저 파란 하늘이 된다.
무의도 / 김성로
무의도에 오려거든 홀로 와야 한다
파도가 갉아내고 있는 바위에 앉아
잊혀진 바다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서는
아무 소리도 말아야 한다
섬마을 사람들은 조개를 줍거나 고기를 낚고
바다의 향기를 온몸에 적신 후 이윽고 바다를 품었다
남편과 자식들을 바다에 잃어버리고
절절한 심정으로 제를 지낼 때
그 아픈 여심들이 만들어낸 설화
선녀의 춤사위로 상처마다 맑은 눈물이 채워졌다
떠돌다 빈손으로 찾아온 나그네
공허한 눈길로 바다를 바라볼 때
무의도 전설 하나 화두처럼 툭 불거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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